남편을 출장보내며 심하게 다퉜습니다...
열흘이나 떨어져 있는데다, 멀리 제주도 까지 가는 남편
마음 편하게 배웅했어야 하는데. 괜한 자존심에 습관처럼 다퉈버렸네요...
속상한 마음 털어놓고도 싶고, 집에 혼자 있기 적적해 고모댁을 찾았습니다.
철없는 조카 얘기를 듣던 고모는 뜻밖의 얘기를 꺼내주시더군요...
저희 아빠는 살아생전 선생님이셨습니다.
아빠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며 하숙생이던 시절.
엄마는 하숙집의 고명딸이셨답니다. 엄마는, 아빠가
맛있게 밥 먹는 모습에 반하셔서 먼저 고백하셨다고 해요.
내심 엄마를 맘에 두고 계셨던 아빠도 쉽게 받아들였구요.
그렇게 아빠와 엄마는 사랑하게 됐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반대가 심하셨데요.
조금 더 낳은 며느리를 원하셨던 옛날분들의 고집이었죠.
두 분이서 무릎도 꿇고 7년간 노력한 끝에, 승낙을 얻어 함께 살게 되셨지만.
엄만 갑작스레 병을 얻게 되셨습니다. 남은시간은 3개월이라는 단서와 함께요...
아빤 그때 슬퍼하기보다는, 무척 화를 내셨었답니다...
그간의 고생이 몸도 마음도 지치게 한거라고.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셨던거죠...
할아버지, 할머니 원망도 많이하시고, 한동안 방황을 많이 하셨데요...
엄마의 따뜻한 체온을 느낀지 얼마 안돼 떠나보내야 하는
갓난아이 딸도 안쓰러우셨겠죠... 그 후로 아빤,
학교도 그만둔 채 엄마 곁에만 계셨더랍니다.
정성껏 간호하고 즐거운 모습만 보이고 싶었던 아빠의 노력때문인지
엄마는 건강하게 1년 넘게 살다가 돌아가셨데요...
하지만 제가 자라는 모습에서 엄마를 떠올리며, 그리워하셨던 아빤...
3년만에 엄마를 따라가셨구요.
자식먼저 떠나보낸 할머니는 끝내 엄마가 못마땅해 하셨기 때문에
저는 서른이 다된 지금에서야 엄마 아빠의 사랑얘기를 듣네요...
이세상에서 과연 가장 아름다운 것이 사랑인지 깨닫해 해주신 아빠엄마.
너무 일찍 저를 혼자 버려뒀다는 생각에 원망도 많았지만.
이렇게나마 값진 사랑으로 일깨워주신 부모님. 하늘에서는 행복하시길 바래요.
저도 제개 주어진 사랑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야겠습니다
사연보내주신 주현옥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