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까지, 비정규직이었던 저는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3년동안 또 다른 삶의 공간으로 생각했던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습니다.
제 나이 서른인지라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실직은
너무나도 막막한 일이였습니다. 앞으로 결혼도 해야 하고
제가 감당해야 하는 지출금이 많았기 때문이죠.
이곳 저곳, 가리지 않고 이력서를 냈습니다. 또 이력서를 낸 곳 중에서
몇 군데에선 면접까지 봤지만 연락이 오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매일을 불안감과 우울함에 시달리며 생활했습니다.
괜히 다른사람들 앞에서 위축되는 것 같고, 자신감마저 잃어버린 저였기에
점차 밖에 나가는 일도, 친구를 만나는 일도, 모두 귀찮아지더라구요
또 가족들에게 짜증내는 일도 잦아지고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보는 5살배기 조카를 마중하러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저에게는 처음생긴 조카인데다,
어려서부터 제가 가끔 돌봐주던 아이여서 마음이 무척 설레더군요.
오랜만에 저를 미소 짓게 한 기쁜 만남을 갖은 뒤,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천변도로를 한적하게 달리고 있는데 조카가 말하길.
“어? 세차나무네.. 그치 고모? "
하고 묻더라구요. 순간 무슨 소리인가 싶어 다시 되물었죠.
"응? 세차나무? 그게 뭐야?"
천변에 있던, 가지와 잎이 축 쳐져 있는 버드나무가
5살짜리 조카에겐 자동세차기로 보였던 모양입니다.
버드나무를 보며 자동차를 씻어주기 위해 서있는 거라고 생각한
조카의 예쁜 눈을 보며 저는 한참 웃었죠,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며칠 후 반가운 전화가 왔습니다.
드디어 원하던 직장에서 일하게 된거죠...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는 요즘은 너무 행복합니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아이들처럼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사연보내주신 이정미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