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방송분

 

18년전 저희 아버지는 30여년의 공직생활에서 물러나셨습니다.

마지막 업무를 끝낸 그날, 직원들과 회식을 마치고 돌아오신 아버님은

전혀 못하시던 술에 취해 펑펑 우셨습니다.

아마도, 당신은 아직 일을 할 수 있는데,

이런 저런 상황 때문에 물러나야 한다는 서러움과

미처 계획하지 못한 퇴직이후의 생활에 대한 막막함이 교차하셨기 때문일겁니다.

여유로워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이 익숙해질 무렵이었습니다.

퇴직 후 3개월이 지난 어느날 아버지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하게 됐다며 좋아하셨고,

좀 더 쉬셨으면 하는 자식들은 하나같이 말리기에 바빴죠.

 

하지만 당신 뜻대로 경비원생활을 시작하셨고,

많은 일이 많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아버지만의 방법으로 슬기롭게 일을 해결하셨습니다.

그렇게 자식들의 걱정과 잔소리를 등에 업고

17년째 경비원으로 생활하시던 아버지.

갑자기 건강이 않좋아지시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은 듯 하니

이젠 좀 쉬면서 노후를 즐기시길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입주자 대표가 찾아와 조금 더 해주길 바라고

아버지 역시 쉽게 거절하지 못해 자식들의 불만은 커졌죠.

그러다 잠시 일이 있어 시골에 내려갈 일이 있었는데,

만나뵈는 동네 어르신들마다

"다 늙은 애비, 좀 쉬게 하지 아직까지 일을 하게 하느냐"는 소리를 들으니

너무 속상해 아버지께 화를 냈습니다.

자식들 망신 그만시키고, 하라는 데로 좀 하시라고 말이죠..

 

이젠 집에서 어머님과 시간을 보내며, 편안한 미소를 보이실땐.

그간 자신의 위치가 어쨌든, 열정과 노력으로 무사히 임무를 마치신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조금 더 행복하실 수 있게,

자식들이 열심히 노력할게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사연보내주신 이강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