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께서는 20년 넘게 병원에서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의사셨습니다.
병만 고치지 않고, 마음까지 돌바준다는
착한 의사선생님으로 두루 소문이 났죠.
물론 집에서도 자상한 아버지셨구요.
그러나 하늘은 그것도 부족하다 여기셨는지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계신 아버지께
폐암이라는 무서운 질병을 안겨주셨습니다.
미처 아버지는 자신의 몸까지 돌보지 못했고
발병을 확인한지 오래되지 않아 병원을 닫으셨어요.
그리고는 몸져누워 약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데 온 힘을 쏟으셨죠.
어린마음에 저는, 아빠가 집에 항상 계신다는 생각에 기뻐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침에 아빠가 배웅해주고, 또 집에 오면 인사 받아주는
아빠가 계셨으니까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없이 따뜻하셨던 아빠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경질도 자주내시고. 직장도 그만둔 채 병수발하는 엄마와
매일을 다투셨어요. 거의 아빠가 일방적으로 화를내셨고
엄마는 그 투정과 역정을 다 받아주셨습니다.
그렇게 아빠는 본인도 힘들지만,
식구들을 모두 힘들게 하고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나셨어요.
그땐 몰랐지만,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엄마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 두고 떠나려니
너무 화가나고, 억울해서...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짐을 지워주는 것 같아서
많이 속상하셨었다고.....미안하다구요....
저에게 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람인 아빠.
부디 다른 세상에서는 자신만을 위해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
휴무인 오늘... 집에서 쉬고 있으려니 아빠 생각이 많이 나네요...
사연보내주신 류현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