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장의 편지
-석별의 변-
친애하는 전북지역 재학생 여러분!
학생회장을 위시한 임원 여러분!
각 학과 회장단 여러분!
그리고 졸업생을 비롯한 방송대 가족 여러분!
몇 번이고 되뇌어보아도 정다운 이름들, 자랑스런 우리의 방송대인 들입니다.
저는 퇴임을 앞 둔 전북지역대학장 김광웅 입니다.
저는 1985년 5월1일부터 24년(중간의 3년은 대전에서 근무)넘는 기간 동안 전북지역대학에 서 여러분의 지도교수로서 미력하나마 역할을 다해 왔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정년퇴직 을 2개월 남겨놓고 여러분들에게 서둘러 작별의 인사를 하게 됨을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지난 12월3일 저녁 mbc방송 뉴스에 전북지역대학에 시험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 되었습니다. 즉“시험이 끝났음에도 학생회 간부가 따로 학장실에 와서 참고서를 펴놓고 시험을 보았다”는 보도였습니다. 교육자의 길만 40여년 걸어온 사람으로서 가슴이 탁 막혔습니다.
우리 같이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들을 대표하여 솔선수범 하겠다고 나선 학생회 간부들입니다. 그런 학생들이 어떻게 학장인 저에게 그런 파렴치한 행위를 청탁할 수 있겠습니까? 그럴듯한 날조방송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대학캠퍼스에서 학장실은 학문의 권위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여러분들을 포함한 대학구성원 모두에게 아픈 상처를 주려는 그릇된 자(?)의 광란은 그렇다 치고라도, 증거조작까지도 서슴치 않고 우리 대학을 음해하는 방송사의 행태엔 분루를 삼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물러갈 때가 되어 짐을 꾸리고 있는 저로써는 주변의 악행에 대항할 의지와 힘이 부족함을 고백하려 합니다. 물론 이들에게 법의 무서움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분노를 느끼는 그 이상으로 간절합니다. 그렇지만 진실게임을 벌리는 과정에서 우리 대학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며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어야 한다는 부담이 저를 무척 망설이게 할 뿐 아니라, 또 한편으로는 그런 일을 마무리할 정도의 시간이 제게는 남아있지도 않습니다.
사랑하는 전북지역 방송대인 여러분!
저는 지난 11월23일 우리대학교 총장님을 찾아뵙고, 저의 괴로움과 아픔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고, 빠른 시간 내에 새로운 전북지역대학장 임명을 간청하여 허락을 받았으며, 현재는 그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24년 이상 대물림하면서 저의 권위를 인정하고 사랑해준 여러분들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비록 여러분들의 상심을 치료하지 못하고 떠나지만, 여러분의 지성 속에는 방송대인의 긍지가 항상 넘치고 있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결코 흔들림 없이 방송대 전북지역대학 발전에 동참할 것임도 굳게 믿습니다.
덧붙여, 여타 의혹으로 제기된 사안에 궁금한 점이 있는 학과 대표는, 항상 열려있는 조교 실을 방문함으로써 명료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그간 지역대학의 지나치게 협소한 주차공간 때문에 학장이 학장답지 않게 좁쌀영감 노릇을 했었음을 사과드리며, 우리 모두 예쁜 추억으로 간직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무엇보다도 10여 연간의 숙원사업이었던 우리지역대학 확장이전부지를 확보하여 사랑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선물하고 떠날 수 있어 커다란 위안이 될 것 같습니다.
일하면서 공부하는 여러분 모두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9년12월 일
김 광 웅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