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방송분

몇 주 전,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신랑이 말 그대로 '소년'에 가까웠습니다..
젖살이 남은 듯, 통통하고 뽀얀 볼에 분가루가 묻어 있는데...신부라고 하는게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싱싱하더군요.
 사실, 제 친구는 네 살이나 어린 남자를 만나 결혼에 골인하게 됐는데요.
처음엔 그렇게 튕기더니, 홀랑 넘어간 이유를 이제야 알겠더군요.
삼십대중반에 하는 결혼...! 그리도 행복한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식을 마쳤죠.
 그리고 얼마 전, 신혼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문자를 보냈더군요.
"너무~행복해~~! 이렇게 좋은 걸.....진작에 할 걸 그랬다..."
 신혼냄새가 풀풀~~나는 친구의 문자를 보며 생각해보니, 제겐 신혼이 없었던 것 같네요..
남들보다 일찍 결혼해 시작된 생활...
친정엄마, 언니 모두 멀리 계시다 보니, 저 혼자서 발품 팔아 대충 살림 몇 가지를 장만했는데요.
제가 벌어놓은 범위 안에서 모든 걸 준비하다 보니...시어머니께 가벼운
예단 봉투를 건넬 때는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었죠.
 신랑은 거의 방관자 수준에 가까웠는데...
드레스를 고르러 갈 때도.. 남편은 일이 바빠 저 혼자 였구요..
턱시도까지 골라놓고 나오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요......
결혼준비의 즐거움은 정말 눈꼽만큼도 찾을 수가 없었죠.
신혼여행지조차도 남들 다 가는 제주도가 아닌, 경주로 예약이 되어 있었습니다..
 14년을 살아오면서, 제2의 인생을 그렇게 무기력하게 보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시댁 바로 옆에 신혼집을 차리면서 깨닫기 시작한 사실은.......무덤덤 해져야 한다는 것이었죠..
 남편의 무심함에, 시댁의 간섭에, 혼자 가슴앓이 하는 것에 무덤덤 해져야 한다는 사실!
그것을 인정하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혼자만의 싸움을 벌여야 했죠.
 
 인생에 가장 크고 어두운 동굴을 지나온 느낌입니다...
헌데, 알콩달콩 사는 친구의 신혼생활을 보며, 왜 괜히 배가 아파질까요?
제게도 다시 신혼이 돌아온다면......그땐..........좀더 행복을 위한 인생설계를
확실히 세울 것 같은데..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익산시 영등동 신미숙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