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방송분

남들은 제게 걱정거리 없어 좋겠다고들 합니다..
대충 외형적으로 바라보자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세상에 걱정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제 걱정은 혼기가 꽉 찬 딸아이에게 애인하나 없다는 것입니다..
주말마다 집안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속이 터지죠..
연애도 좀 하고, 취미생활도 하면 좋으련만...미련 곰순이처럼 집안만 사수하고 있네요.

 그러다 며칠 전, 딸아이와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제발 멋진 사윗감 소개받는 게 소원이라고 하자, 딸은 나이 때문인지
이젠 남자를 순수하게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10년이 훌쩍 지난 얘길 꺼내는데...

 딸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여름..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독서실에 다니는 게 무척 기특했죠..
 그래서 어느 날, 격려 차 그곳을 찾았는데...열심히 공부하고 있을거라 상상했던
딸아이를 발견한 건 놀이터에서였죠..그것도 왠 시커먼 남자아이랑 함께 있는데...
눈에서 불이 나더군요..누구인지 궁금하지도 않았고, 다짜고짜 소리치며..
무섭게 야단을 쳤습니다..물론 그 이후, 독서실에도 나가지 못하게 됐는데....
 딸아이는 회한에 잠긴 듯 얘길 이어가더군요.

 그 친구가 풋풋한 첫사랑이었다며..참 배울 게 많았고, 격려해주는 사람이 있어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는데..이 엄마 때문에 마음은 열어보지도 못했다며..
한숨짓더군요..하지만 그 맘 때, 편히 이성교제를 허락할 부모가 얼마나 될까요?
 딱히 할말이 없어진 저는, “그 녀석 떠올릴 것 없어...! 엄마 덕분에 넌 좋은 대학 갔고,
그 녀석은 아마 별 볼일 없을 걸...?”
그랬더니 딸아이 정색을 하며 저를 노려보더군요..
 그 아이...학창시절에도 알아주는 모범생이었는데, 결국 의사가 됐다구요..
‘어머~세상에! 컴컴한 놀이터에서 대충 봤을 때는 꼭 얌전한 내 딸 꼬이는
불량배쯤으로 보이더니..그렇게 모범생이었다구.....’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고...딸아이가 결혼할 나이가 되고 보니.. 은근히 속이 쓰리더군요..
저도 속물이죠? 제가 딸의 인연을 훼방놓은 건 아닌지..
요즘 선 자리도 뜸하던데..기분이 좀 착잡해지네요..


전주시 평화동 정순애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