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방송분

오늘따라 운전하다 20여년 전 상황이 떠오르네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운전교습은 안된다고들 하죠?
특히, 남성이 여성 도로주행 시켜주면서 많이들 다툰다고 하는데...

 우리부부는 상황이 바뀌었었죠..남편인 제가 아내에게 운전 교습을 받았거든요..
아내는 대형화물차를 모셨던 장인 어른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일찍이 대형면허는 물론 특수면허 까지 따냈다고 합니다...
 장인어른의 말씀을 빌리자면, ‘탱크 빼고는 다 몰 수 있는’ 무서운 여자였죠.
운전도 카 레이서 뺨 칠 정도였는데요..

 친구들이 편의점이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아내는 장인 어른에게 바쁜일이 생기거나,
몸이 좋지 않으시면 직접 화물차를 몰고 심부름을 하기도 했다는군요..
 하지만 이런 아내를 만난 저는 운전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대학시절, 친구들한테 운전을 배운다며 차를 몰다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많이 놀라서인지...면허 시험에 일곱 번이나 미끄러지고 말았죠.
더 이상은 직장에도 면허시험 치러간다고 말하기 창피하고, 그만 두자 싶었습니다..

 그러다...지금의 아내를 만났는데요.. 신혼 초, 대뜸 묻더군요.
“우린 차 언제쯤 살까요? 요즘 차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구....”
제가 무면허라는 사실을 모르던 아내는.. 충분히 이상해 보였겠죠...
하지만 사실대로 고백하지 못했는데...

 몇 달 후, 아내는 장인어른께서 새 차를 장만하셨다며...중고차를 몰고 왔지 뭡니까?
그때 역시, 사고 후유증으로 당분간은 운전하기 싫다며 얼버무렸는데..
며칠 뒤..집들이 온 친구를 통해 모두 들통나고 말았죠..
“흥수야~!! 이제는 정말 면허 따야지~! 칠전팔기라고 여덟 번째는 붙지 않겠어?..”
쏟아지는 아내의 놀란 눈빛!! 그 날부터 저는 그렇게 아내 손에 이끌려 운전을 배우게 됐습니다..
  헌데, 운전교습 할 때만큼은 평소, 천사를 자처하던 아내도 어쩔 수 없더군요..
제가 작은 실수를 하거나 헤맬 때면 여지없이,“운전대 똑바로 잡고!! 전방 주시!!.”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데..저 또한 자존심 상해, 아내와 한바탕 하며 돌아오기도 했죠.....
  하지만, 아내의 갖은 학대를 견뎌 낸 결과..드디어 시험에 통과하게 됐죠.
혼자서는 도저히 해 낼 수 없었던 국가고시... 아내가 복덩이였나 봅니다.
아직까지도 제가 못미더운지, 나들이 할 때면...늘 아내가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전주시 송천동 전흥수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