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방송분

국민학교 시절,.. 저는 두 고개를 넘으며 힘들게 학교를 오갔습니다...
워낙 먹고사는데 급급하다보니, 농사짓는 부모님은 제 공부에
신경 써주실 겨를이 없으셨죠.

 그래서인지, 사춘기가 시작되던 시기....
저는 공부는 물론, 꿈이나 미래 따위에는 전혀 관심없었죠..
 그러던 6학년 학기 초 어느 날, 담임 선생님께서 가정 방문을 하시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누추한 집을 보여드리기 싫어, 구석구석 쓸고..닦고..
 어머니께서는 특별히 대접할 음식이 없었기에 발그스름한 고구마를 삶아 내놓으셨습니다...

 다음날, 복도에서 마주친 선생님은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부르곤..
고구마 정말 맛있었다며..환한 미소를 지어주시더군요.
 유난히 수줍음 많았던 저는 선생님의 그 한마디에 얼굴이 붉어졌고,
누군가 제 이름을 부르며 관심을 가져준다는 게 꿈만 같았죠..
 그때부터 선생님이 좋아졌습니다..그래서 뭔가 해드리고 싶은 생각에 선생님이 사시는 사택에
밭에서 뽑은 어린 배추를 몰래 가져다 두기도 했고, 또 말끔히 청소를 해놓기도 했죠.
며칠 뒤, 선생님은 어떻게 아셨는지 저를 교무실로 부르시더니...
공책과 책을 주시며...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크게 감동을 받은 저는 그렇게 매일매일,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선생님 냄새가
가득 배인 방을 청소해 드렸고, 공부에도 흥미를 붙여 갔습니다...
 선생님은 그런 저를 칭찬해주며, 귀한 건포도 한줌을 주머니에 슬쩍 넣어 주기도 하셨죠..
또 선생님은 일기를 검사하시면서 제게 도움이 될 만한 글귀를 써주셨고,
공부하다 막히는 문제를 일기장에 적어두면 빨간 볼펜으로 긴긴 설명을 써 놓으시거나,
사택에 청소하러 온 저를 앙증맞은 앉은뱅이 책상 앞에 앉혀 놓고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기도 하셨습니다..

 목표 없이 살던 한 인생을 바꿔놓고..교육의 기본은 사랑과 관심이라는 진리를 깨우쳐 주신 분...
화단에 떨어진 모과를 주우며, "늘 향기 있는 사람이 되어라~"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
 지금도 그 가르침, 잊지 않고 있습니다..
원래 제 꿈은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교사가 되는 것이었는데요..
결국 이루지 못하고, 평범한 주부로 남아있지만.. 선생님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익산시 주현동 한숙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