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월요일

계란말이, 멸치조림, 총각김치, 쇠고기 장조림에 미역국... 오늘도 점심시간 도시락을 열자, 직원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옵니다.... 거기다 마음을 담은 깨알같은 글씨가 적힌 메모지를 펼쳐드니, 모두들 제 주위로 몰려들었죠.. 평소 밖에서 사먹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기에, 10년이 넘게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는데.. 아내가 갑자기 병원 신세를 지게 되자..덜컥 끼니 걱정이 되더군요.. 할 수 없이 사먹는 방법밖엔 없다고 생각했는데...아내가 입원한 첫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우렁 각시가 다녀갔는지... 식탁 위엔 김이 모락모락나는 아침상이 차려져있고 늘 제가 들고 다니는 보온도시락까지 정성스레 싸여져 있는게 아니겠어요? 일단 식사를 한 후, 정신없이 출근했는데... 점심 도시락을 열어보다 그 속에 들어있는 쪽지로 인해 우렁각시의 정체를 알아냈죠.. 바로 가까운 곳에 사는 며느리였습니다.. 자신도 아이들 유치원 데려다 주고, 출근하려면 정신이 없을텐데.. 언제 와 그걸 모두 준비한건지..... 하루, 이틀..그렇게 아침상을 받고 도시락까지 챙겨 갈 수 있어 기분은 좋았지만, 식사도 못하고, 정신 없을 며느리가 안되어 보여...그만 두라 했지만 황소고집 마냥 벌써 열 흘이 넘게 정성을 다하고 있네요... 며칠 전엔, 아내가 그러더군요.. "당신 마누라 없으니 오히려 살만한가보네~어찌 요즘 얼굴이 더 좋아 보여?... 살도 좀 붙은 것 같고........" 다 알면서 은근히 시샘을 하더군요.. 물론 아내가 빨리 완쾌해 집에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한편으론 며느리가 싸주는 도시락을 먹을 수 없다는 게 아쉬워지기도 하네요... 그래서 오늘은 며느리만 살짝 불러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까다로운 시아버지 아침상이며, 도시락반찬까지 신경 쓰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 그 마음이 너무 예뻐, 참한 원피스 한 벌 사줄 계획입니다.. 아내 말대로, 평소 양말 한 짝 사는데도 아까워 고민하는 좁쌀 영감이지만, 그래도 쓸데는 화끈하게 쏜다는 걸 한번 보여줘야겠네요.. 전주시 서신동 강재윤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