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초기...바쁜 일손을 돕기 위해 주말이면, 시골인 시댁으로 향했죠..
그 당시, 저는 임신한 상태라 시댁에 가도 늘 왕비대접을 받았는데..
그 날도 그랬죠..따스한 봄날..나른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 태교를 한다고,
음악과 함께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구요..누군가 저를 자꾸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더군요..그러다 무심코 천장을 올려다보게 됐는데..
글쎄, 새끼 쥐 한 마리가 저를 노려보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얼마나 놀랐던지..사람 살려하며 소리를 캭~! 질러댔죠..
그런데 제 비명소리에 놀란 쥐가 천장에서 툭 떨어지는게 아니겠어요?
저는 순간 몸이 굳어져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죠..그때, 제 비명소릴 듣고 달려온 신랑..
“자...자기야! 저기 쥐.......무서워..쥐 좀 잡아줘~~”
그런데...신랑은 예상외로, 저보다 더 심하게 소릴 지르는 겁니다..
“나도 무섭단 말이야 ~~!”하며...."어머니!!" 어머닐 외치더군요..
놀라 달려오신 시어머니께서는 그깟 쥐 한 마리 때문에 이 소동을 피우느냐며,
여장부답게 아주 깔끔하게 처리를 해주셨습니다..
체면이고 뭐고, 그때까지도 저와 함께 우왕좌왕하고 있던 신랑..
어머니께선 쯧쯧 혀를 내두르시더니,
“에미 뒤에 숨어서, 뱃속에 아기한테 창피하지도 않냐~!!” 면박을 주셨습니다...
늘 용감한 척 하던 사람...저 또한, 신랑이 그렇게 겁이 많은지 처음 알았죠..
이 남자를 믿고 살아야 하나, 말아야하나...고민까지 하게 됐는데..
살다보니 그건 약과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겁 많은 남편과 10여년을 넘게 살았네요...
그때 임신해 태어난 아들 녀석이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 됐는데요..
신랑과 다르게 얼마나 개구쟁이이고 겁이 없는지...
얼마 전, 문방구에서 쥐 모형 젤리 장난감을 사왔더군요.
꼭 실제 쥐 모양과 같아 저도 깜짝 놀랐는데요..
그때 생각이 나, 침대 밑에 넣어놨다 신랑을 놀래 켜 줬습니다...
처절한 신랑의 외마디 비명소리~! 여전히 쥐가 무섭다는 사람....
10여년 전엔 황당하기 그지없었는데..지금은 좀 귀엽더군요...오랜만에 추억을 곱씹어 봤습니다...
전주시 우아동 유선정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