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방송분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는데..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돌아갈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큰소리치던 제가 며칠 전... 그 말을 실감하게 된 어이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근처에 새로운 마트 하나가 생겼는데요.. 한창 개업 세일 중이었나 본데, 저는 시장으로 다녔던 탓에 알지 못했죠. 그런데 이웃집 아주머니가 전화를 했더군요.. 그 곳에서 야채랑 과일을 엄청 싸게 팔고 있다며... 한번 가보자는 것이었죠. 헌데, 세일 시간이 채 이십분도 남아있지 않더군요. 되는 대로 옷을 챙겨 입고, 부리나케 집을 나섰는데..자전거 열쇠를 챙기지 않았더군요.. 빨리 가려면 자전거가 필수인데 말이죠. 그래서 할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들어가 열쇠를 챙겨 급히 나가려는데..그만 신발장 옆 못에 바지가 걸렸지 뭡니까? 찍~~ 소리와 함께 옷이 한 뼘 이상이나 찢어지고 말았죠. 하마터면 못에 걸려서 현관문에 머리까지 부딪힐 뻔했습니다.. 그 순간,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웃음조차 나오지 않더군요. 다시 옷을 갈아입고 가려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에 나가려던 마음이 싹 사라지고 말았죠. 결국 과일을 싸게 사기는커녕 옷만 찢어놓고 말았으니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찢어진 바지를 꿰매는데, 그때서야 웃음이 쿡쿡 나더군요.. 제가 행사장을 가지 않음으로써, 다른 한사람이 과일과 야채를 좀더 싸게 샀을 테니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자.....스스로를 위로했죠. 평소에도 매우 바쁜척하며 살아가던 습관이 있어서인지 길을 걸을 때도, 집안 일을 할 때도, 아이들을 대할 때도.. '빨리~ 빨리!'를 외치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진득하게 한가지 일만을 못하는 성격에 이거하다 저거하다... 뭐든 후다닥 해치우려다보니 오히려 실수가 잦고, 완성도 떨어질 때가 많았죠. 그런 걸 잘 알면서도 고치지 못했는데.. 바지가 찢어지고 보니, 정신이 퍼뜩 들더군요... 그동안 너무 여유 없이 살았구나...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죠.. 삶을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에게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여유롭고 아름답다 들었는데,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도, 침착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제어할 수 있을 때... 그때야말로 진정, 삶을 즐기는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익산시 영등동 양은선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