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아내가 며칠 간 처가에 다녀왔습니다..장모님께서 작은 수술을 하셨는데..
장인어른 식사와 병간호를 위해서였죠.
떠나기 며칠 전부터, 무슨 장기여행이라도 가는 듯...이것저것 챙겨놓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워낙에..집안 일에는 무지한 두 남자를 두고 가려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거죠..
국거리며, 반찬 등을 미리 준비해두고...당부의 말이 길게 이어졌는데..
저는 건성으로 듣다시피하고, 아들에게만 명심하라며 일렀죠...
드디어 아내가 집을 비운 첫 날..
아들과 냉장고를 뒤적이며 반찬을 찾는데, 도통 뭐가 뭔지 모르겠더군요..
그러다 온갖 양념 옷을 뒤집어쓴 오징어무침을 발견하고, 맛있게 식사를 했죠..
첫날은 그렇게...'왜 빨리 씻지 않느냐는 둥', '양말 뒤집어 놓지 말라는 둥..'
아내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편하더군요...
헌데..슬슬 아직은 어린 아들녀석 학교 갈 준비해주고,
저 또한 직장 갈 채비를 하는데..도대체 정신이 없더군요.
그동안 아내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알람이 몸에 베었는데..
매일 아침, 직접 알아서 일어나는 것도 꽤 신경이 쓰이더군요..
또, 하루도 빠짐없이 식사를 하고 출근해 아침이 든든했는데..
식사는커녕, 물 한 컵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나가려니...뱃속이 허하더군요..
그렇게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지나, 드디어 아내가 돌아왔습니다..
무뚝뚝하게 대했지만, 어찌나 반갑던지요..
헌데..냉장고를 정리하던 중, 아내가 묻더군요..“당신 오징어볶음 해 먹었어?”
엊그제 먹었던 그 오징어무침이 떠올랐죠..
알고 보니, 양념 해뒀으니 볶아 먹으란 당부를 했다는데..무침인 줄 알고 그냥 먹었던거죠..
아내는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더니..주방과 목욕탕을 동분서주하며
잔소릴해대더군요.....
"에휴~! 내가 못살아... 두 남자가 아주 나 없이는 단 하루도 못살겠구만 ...
왜? 밥도 그냥 생쌀로 먹을 것이지..."하더군요...
'아!! 잘 모를 수도 있지..!!' 다른 때 같으면 큰소리쳤겠지만,
아내의 빈자리를 절실히 느꼈던지라...아무 소리도 못했죠..
문득 집안 일도 좀 할 줄 알아야겠다는 반성을 해 본 며칠이었습니다...
충남 서천 장항에서 윤도식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