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앞에 장사 없다~!!'
하지만 저는 요즘, 이런 말로 바꿔보고 싶네요... ‘아이 둘 키우는 데 장사 없다~!!’
세 살, 두 살...연년생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아내....
저야 아침 일찍 출근해 밤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육아는 아내의 몫이나 다름없는데요.
이기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으나, 퇴근해 들어오면....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고 있고, 집안도 깔끔하게 정리 돼 있어
당장이라도 눕고 싶은 마음..누구나 갖고 있는 바람이 아닐까요?
하지만 둘째가 태어난 이후, 집안 꼴은 더욱 엉망이 되어갔습니다..
가는 곳마다 장난감과 책이 발에 걸리질 않나, 주방에는 설거지가 싸여있고
작은 녀석 기저귀는 왜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지..
아이 둘 키우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아무리 이해하려 보려해도
한번씩 욱하고 올라오는 걸 꾹 참아야만 했죠.
헌데, 상황은 집안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내의 상태도 말이 아니었죠..
티셔츠 군데군데 보이는 하얀 얼룩에, 곱던 긴 생머리는 솥뚜껑 모양으로 변했구요...
아내의 자백에 따르면, 세수도 안 할 때가 많다더군요..
그런 걸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아낼 보며..말은 못했지만, 불만만 늘어 갔는데...
며칠 전, 아내가 아이들을 다 재워놓고 한숨을 터트리더군요.
평소엔 잘 앉지 않던 화장대 앞에 앉더니, “여보..!! 나 요즘 너무 추하지?” 하더군요..
가슴이 뜨끔해지는 게 평소 같았으면, '그래, 그게 뭐냐!! 관리 좀 해야겠다~!!' 했을텐데...
그 날은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아, 이렇게 얘기해 줬죠.....
“연년생 아들 둘 키우면서, 당신처럼 이쁜 여자 있으면 어디 한번, 나와 보라 해~!!.”.
아내는 환하게 웃는가 싶더니, 눈가가 촉촉해지더군요.
유난히 울적해하던 그 날 밤...저는 반성을 좀 해봤습니다..
그동안 크게 내색은 안 했지만, 정신 없는 집안과 아내의 모습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만 생각했지....그 마음은 헤아려주지 못한 것 같네요...
솥뚜껑 머리, 얼룩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아내가 있었기에..
이렇듯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는 걸....깜빡 잊고 살았네요...
“여보~고맙고, 미안해~그리고 당신 정말 예뻐~!!”
익산시 송학동 정상훈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