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맘때쯤이면 무언가 일이 생길것 같고 가슴 한켠에서는 봄바람이 살랑살랑 마음조차 설레이게 하는 행복한 봄을 맞이하여건만 올해는 우울해서 자꾸 눈물이 난답니다.
유난히도 봄을 좋아하고, 특히 막 봉우리에서 트는 꽃망울을 좋아하시던 엄마가 작년 이맘떄, 아니 정확히 한식날 아빠 곁으로 가셨답니다.
아마 살아계셨다면, "막내야, 나 진해 벗꽃 구경간다. 몇칠뒤에는 경노당에서 노인네들이 금산사로 꽃구경가자고 하고, 근데 너는 언제 꽃구경갈래, 천지에 꽃들이 너무 예쁘다."라고 하시며 설레이는 목소리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고 계실우리엄마...
돌아가시기전 몇개월전에야 병이드신것을 알 정도로 활기차고 팔순을 바라보시는 나이에도 런닝머신를 타실정도의 건강을 자부하시던 엄마였기에 자식들 아무도 엄마가 그렇게 아프시다는 것을 몰랐답니다.
돌아가시기전 마지막 가을,금산사에 단풍을 보러가자고 하시기에 모시고 갔더니 달랑 군밤장수 앞에서 군밤 몇개를 드시며 나무며, 하늘을 바라보시는 엄마의 등뒤에서 저는 그 쓸쓸하디 쓸쓸한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이것이 엄마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가을이 되려나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서 조용히 눈물을 흠치며 웃어보였답니다.
어찌어찌해서 겨울을 넘기고 봄이 되어 기적이 일어나려나보다 했더니
어느 봄날"막내야, 나 꽃구경하고 잡다, 우리 꽃구경가자"그러시기에 링거를 꽂은채로 차에타서 이곳 저곳 멀리도 아닌 전주근교을 돌며 벗꽃이며, 개나리며, 목련이며, 이른 꽃들을 보며, 엄마는 무엇을 준비하시는지, 저는 눈물이 앞을 가려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을 참고, 언니와 셋이 아무 말없이 꽃을 보았답니다.
아무 느낌도 없이
그리고 며칠뒤에 엄마는 아빠꼍으로 가셨지요
아마 지금쯤 아빠와 손잡고 이곳저곳 꽃구경다니고 있을 우리엄마
아침, 저녁으로 이봄이 왜이리 눈물로 다가오는지, 언제 조용히 벗꽃나무 아래서 실컷울어볼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