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방송분

벨소리 대신, 살며시 문 두들기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소리는, 제 귀를 쫑긋하고...정신이 번쩍 나게 만들죠... 바로 장모님이시기 때문인데요.. 오늘도 변함 없이 음식 못하는 딸 때문에.... 아니 아이를 낳은 후... 이젠 힘들다는 이유로 아예 음식에서 손을 뗀 딸 때문에... 허기져 출근할 사위가 걱정돼 매일 아침, 오고 계시죠.. 저는 후다닥 일어나, 장모님 두 손에 쥐어진 비닐 봉투를 받아 듭니다. 죄송한 마음에 ..."춥고 번거로우실텐데, 이젠 제가 대충 챙겨 먹을게요.."하고 건네 보지만... "괜찮아~~ 딸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보낸 내 잘못이지..뭐.." 하시며 백일 된 손녀를 들어다 보시곤..바로 식사 준비를 서두르시죠.. 하루는 시원한 무국에, 또 하루는 생합이 들어간 시원한 미역국... 이제는 제 식성까지 모두 파악해 매일같이 다른 식단으로 챙겨주시는데요.. 음식 못하는 아내의 매일 같은 국을 먹으며..아니, 그도 포기해 버려 스트레스를 받을 때와는 달리..식사시간이 즐겁게 됐죠.. 제가 출근할 때까지도,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이유로 이불에서조차 나오지 않는 아내.. 장모님까지 두 손 두발 다 들고 포기하셨지만, 여전히 저를 무안케 하는 아내이죠.. 다른 건 다 똑부러진데...음식에서만은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기에, 결혼 3년 차이지만, 제대로 하는 게 없을 정도이죠.. 신혼 초부터 지금까지 찌개를 끓이거나, 밑반찬을 만들어 놓으면... 상상하지 못할 맛이 나고...신혼엔 그나마 사랑으로 먹었다지만, 그게 반복되니... 저도 짜증이 나더군요.. 한번은 화가 나, 그만두라고 소릴 좀 질렀는데.....그 이후, 아예 손을 놔 버리더군요.. 그때부터 장모님의 고생이 시작되신 거죠..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음식으로 아내를 타박하는 거..저도 문제란 걸 알지만.. 밖에서 사먹는 것도...매일 시켜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죠.. 지금이야, 장모님께서 챙겨주시기에 큰 걱정이 없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 있을지 정말 막막하네요.. 가까이에 사신다는 이유로, 늘 수고하시는 장모님..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정읍시 연지동 최석기씨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