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는 큰 키에,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데다..
뽀얀 피부에 긴 손가락을 가진 남자가 제 이상형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늘은 제게 지극히 짧은 다리에 당연히 청바지 안 어울리고
피부도 까뭇한 남자를 내려 보내셨죠 .....
제가 싫어하는 조건을 다 갖췄던 그 남자..하지만, 성격만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였으니..
저 좋다며 따라다니는 늙은 복학생, 불쌍하기도 하고..
친구들까지 남자 인물 볼 것 없다며..자꾸만 부추겨 결혼을 결심했죠..
‘그래....나 좋다고 목매는데..산 사람 소원 못 들어주겠어?’
결혼 후...남들이 말하는 신혼기간엔 정말 왕비 대접을 받았죠..
휴일엔 아침 식사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풀 서비스를 받았고,,
기념일엔 두통약 먹어가며, 풍선으로 온 방을 채워주던 다정다감한 남편이었죠..
그러다 어느덧 결혼 8년 차가 되었습니다..
언제부턴가 군기가 슬슬 빠지더니..지난 주 제 생일..드디어 일이 터지고 말았죠..
일주일전부터... “작은 지갑 하나 갖고 싶다!... 하늘에서 지갑 하나 안 떨어지나...~!!”
신랑 앞에서 노래를 불렀죠..
그러자 우리 신랑....“아, 사면 되지~!! 무슨 걱정이야~!” 눈치없이 그러더군요..
드디어 생일이었던 지난 금요일......미역국도 끓였지만, 선물은 커녕...
아는지 모르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자존심 상해 두고 보기로 했죠..
헌데, 퇴근 무렵.. 잠시 어딘가 들렀다 올 때가 있다며 좀 늦는다고 하더군요..
그때까지도 깜짝 이벤트에 대한 기대는 버리지 않았죠..
저는 오랜만에 와인이라도 한 잔 할 겸, 상을 준비했죠..
헌데...몇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신랑...
한참을 기다리다 못해 연락을 했더니....술이 거하게 취해, 발음까지 새더군요...
“일 있어 거래처 왔는데.. 사장님이 한 잔 더 하자네~! 달링!! 먼저 자~~!”
머리끝까지 화가 나,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아느냐고 소리쳤더니..
우리 신랑, 기분 좋게~~ 술 마시는 날이라더군요.
그 다음날부터 각방 쓰고 있는데..남편은 왜 진작 얘길 안했느냐며..적반하장이네요...
반성의 기미가 없는 남편...모닝쇼에서 채찍 좀 해주세요...
익산 모현동 정주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