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 부르짖는 고지식한 남편...
벌써 20년째 함께 하고 있는데요..
우리 집 하늘인 남편의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까다로운 입맛 때문에
밥상 앞에서 비애를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네요..
일단 국이 없으면, 그건 밥상이 아니라 간식 상이라 생각하는 남편...
김치는 고정 반찬이요..밑반찬은 최소 3가지 이상은 올라와야 하는데..
똑같은 반찬이 한번 이상 올라오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인스턴트식품 역시 안되구요...국이나 찌게는 조금이라도 식으면 안됩니다...
치아가 좋지 않아 조금이라도 딱딱한 음식이 올라온다 싶으면..
"아니, 이 사람이 이 아픈 사람한테 이런 걸 줘?
당신, 혹시..나 못 먹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냐?"하질 않나....
생선 또한 절대 기름에 튀기면 안되고, 석쇠에 기름 없이 구워야하구요..
조미료 들어간 음식 역시 금기에.... 김치 또한 겉절이를 좋아해
그때 그때 버무려 먹을 때가 많답니다..
또, 어쩌다 남의 집에서 얻어온 음식 올려놓으면... 귀신같이 알고 날벼락이 떨어지죠..
혼자만 먹던지..당장 식탁에서 내려놓으라는 것...
결혼 20년 되기까지 라면이나 국수...그도 아니면 수제비 등의 분식으로
대충 끼니를 떼우는 건 상상도 할 수도 없었습니다..
큰맘먹고 일년에 두어 번 살까말까한 우족이나 꼬리곰탕 역시도 마찬가지~
비싼걸 감안해서 인심쓰듯 연거푸 두 번 정도는 먹지만 그 다음부터는 여지없었죠.
여자로 태어난 죄라고 하기에는 밥상 앞에서 느끼는 비애가 너무나 크네요.
남들은 이런 남자랑 어떻게들 사느냐고 하는데요..이젠 숙련이 돼 그런지..
오히려 대충 얻어먹고 사는 남자들이 안쓰러워 질 때도 있답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우리 다섯 식구 위해 늘 밖에서 고생하는데...
먹을거리라도 잘 챙겨줘야겠죠~!! 깨동님...!! 식성은 어떠세요?....
군산시 사정동 서숙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