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방송분

다정다감하진 않았지만, 자상하셨던 아빠... 그러나 제가 어린 시절.. 가을 추수를 하다 다친 다리는 장애가 됐고, 아마 그 이후부터였을 겁니다... 건강만 하다면 세상에 못할 일 없다 생각하셨던 아빠는 장애의 고통을 술로 푸셨습니다..그리곤 늘 엄마와 우리 자식들을 힘들게 했죠.. 아빠의 아픔도 이해는 됐지만, 견디기 힘들었던 시간들....결국, "아빠 같은 사람이랑은 절대 결혼 안 할거야...!!" 입버릇처럼 얘기하며 자라게 됐죠.. 모든 친구들이 대학에 갈 무렵, 아빠는 여자가 무슨 대학이냐며 반대를 하셨고.. 저는 그런 집을 나와 어렵게 대학 공부를 마칠 수 있었죠.. 그리고 8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도, 제게 아빠란 존재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따뜻하고 자상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결심하게 됐는데요. 결혼 날까지 잡은 그 무렵...아빠는 또 오토바이 사고로 크게 다리를 다치게 되셨죠.. 사실, 아빠의 건강보다도 결혼을 다시 미뤄야 하나...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그냥 아빠 없이 식을 치르는 것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드디어 결혼식 전날..아빠병실을 찾았죠...아무런 말 없이 잠시 있다 일어서려는데..... 눈시울 붉어지신 아빠가 말씀하시더군요.. "식장 들어갈 때, 니 손 잡아주고 싶은데...안되겠니?...." 우린 그때 비로소, 얼어있던 마음의 벽을 녹일 수 있었죠... 부랴부랴 의사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목발을 짚은 아버지를 제가 부축하며 식장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며, 정말 가슴 터질 듯...행복했죠.... 연신 눈물만 흘렸던 아빠와 저... 비록 눈물바다가 된 결혼식이었지만..제 생애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었죠.. 그 뒤, 이제 못다 한 효도만 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아빤 갑작스런 합병증으로 우리 곁을 떠나셨죠. 벌써...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빠의 그 따뜻했던 손은 잊혀지지가 않네요.. 너무 그립고 보고픈 분...오늘은 그런 아버지 기일입니다... 군산시 미룡동 박정민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