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오랜만에 처가 식구들의 반가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처제만 둘 있는데..아직 미혼인데다 멀리서 생활하고 있어 그런지
자주 만나는 게 쉽진 않은데요..
처가 식구들은 늘 가족들이 모이면 함께 목욕탕에 가는 걸 즐깁니다..
그 날도 역시나 탕에 다녀오자는 어머니 제안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두들 채비를 했는데...장인어른께서 환히 웃으며 제게 묻더군요..
“어때!! 자네도 갈 거지?”, 저 역시 두 말 할 필요없이,
“네...오랜만에 아버님 등 좀 밀어드려야죠~!!” 하며 답했죠..
10년 전,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처가, 첫 김장하던 날이 떠오르네요..
그 날 역시 김장을 끝내고, 식구들 모두 목욕탕 갈 준비를 하고 나서는데..
갑작스런 제안에 당황스러웠는데...장인어른 또한 제 눈치를 살피시더군요..
"자네는 목욕 안 갈 텐가?........"
장인어른이랑 처음 가는 목욕이 편히 받아들여지진 않더군요...
넉살 좋던 시절도 아니고, 그 당시 서른도 안된 새신랑이
장인어른과 벌거벗고 있을 걸 생각하니..난감하더군요..
그렇게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따라나서게 된 목욕탕..
나란히 붙어있는 옷장 속에 주섬주섬 벗은 옷을 넣는데..아버님도 민망하셨던지,
재빠르게 탕으로 들어가셨죠..
하지만 다행히 증기가 자욱해, 잘 보이지 않았고...장인어른께서 먼저 말을 건네시더군요.
딸들 밖에 없어 늘 혼자 오시다 사위와 함께 오려니, 좀 쑥스러운 게 사실이셨는데요.
하지만 목욕도 함께 해봐야 정말 친해질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앞으로 편하게 지내자고 하시더군요..
그 말씀에 어색했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무르익고, 처음으로 아버님 등을 밀어드렸죠.
물론 아버지께서도 제 등을 밀어주셨구요...
10년이 흐른 지금...그때에 비해 이젠 몸도 많이 쇠약해지고,
제 등을 맡기기에도 송구스런 연세가 되셨지만,
여전히 정성스레 밀어주시는 장인어른..
예전처럼 자주 모시지 못해 죄송할 따름인데요..
이번 주는 물 좋은 온천에 모시고 다녀와야겠습니다..
완주 삼례 윤재호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