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방송분

며칠 전, 20년 동안 소식을 끊고 살아왔던 한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젊은 시절, 긴 사연이 있는 우리 둘......뜻밖이었죠.. 대학 3학년 때, 일찍이 결혼을 하게 된 친구가 있었는데...사회부터 피로연 진행까지.. 모두 제가 맡았으니, 그야말로 잘나가던 시절이었죠.. 풍부한 유머와 매너로 분위기를 압도하자, 신부 친구들 또한 호감의 눈빛을 보냈죠.. 그 중 제게도 시선을 끄는 한 여인이 있었죠... 수수한 모습이 아름답던 그녀에게 저는 피로연이 끝나기 전에 연락처가 담긴 쪽지를 평소 각별하게 생각했던 친구에게 건네달라 부탁했죠. 그러나 금새 사라져버린 그녀...별 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다시 한 번, 친구 집들이에서 만나게 됐죠.. 그땐, 제가 직접 전화번호를 다시 전해줬고....몇 번의 만남을 가진 뒤, 저는 ROTC 장교로 군 복무를 시작하게 됐는데요.. 확실한 정표는 없었지만, 그녀만 생각하면 힘든 군 생활도 즐겁기만 했는데... 제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기에, 둘도 없이 지낸 친구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게 됐죠. 피로연 때, 그녀에게 제 대신 연락처를 건네주기도 했던 바로 그 친구.. 그녀와 진지한 만남을 갖고 있다며... 미안하다는 내용이었죠. 하늘이 노랗고, 땅이 꺼질 듯 했습니다. 연애한 번 제대로 못해봤던 제 맘을 가득 채웠던 그녀.. 당장에라도 그 친구를 찾아가 주먹을 날려주고 싶었죠.. 그러나 얼마 뒤, 두 사람은 정말 결혼을 하게 됐고...자연히 소식도 끊어지게 됐는데...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나게 된 친구...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 저런 얘길 나눴죠... 이젠 피 끓는 청춘도 아니고, 미움이나 원망도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치유됐지만.. 그 친구는 지금도 제게 약간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듯 하더군요.. 하지만 이젠 각자의 가정에서 아이들 낳고 잘 살고 있으니, 이게 진짜 인연이겠죠. 늦게나마 먼저 저를 찾아준 친구에게 고맙고, 반갑기만 했는데.. 다음엔 양쪽 가족들 모여 식사를 하기로 했죠...그런데, 벌써부터 미소가 그려지네요.. 익산시 부송동 이윤석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