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방송분

설 명절 연휴, 제겐 매우 특별했던.. 또 한편으론 힘겨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처음 맞게 된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솔직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던지요... 4년 전, 이씨 집안의 큰며느리가 된 후.... 그동안 시부모님과 쭉 함께 지내왔지만, 지금까지 차례 지내는 일은 건성으로 봐온지라 막막하기만 하더군요.. 사실 저는 어머니만 믿고, 명절날 아침까지 늦잠만 자는 철없는 며느리였습니다. 3교대로 일을 하고 있었던지라 늘 피곤하다는게 핑계였죠. 하지만 작년 11월, 어머니께서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나니 그동안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아니 배우려 하지도 않았던 자신이 어찌나 밉고 후회스럽던지요.. 명절날 아침, 상이라도 차리려하면 늘 어머니께서는 “직장 다니는 사람이 뭣 하러 힘들게 일찍 일어났어....! 좀 더 누워있다 나오렴...” 하며 이 철없는 며느리를 늘 친딸처럼 챙겨주셨죠. 그런 어머니께 죄송스러운 마음이었지만, 말씀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던 기억...지금 생각하니, 왜 그리도 못된 며느리였는지.. 한편으론 왜 그때, 그런 저를 나무라지 않으셨는지..원망과 후회의 눈물만 흐르더군요.. 그동안 이름만 큰며느리였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어머님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 정말 몰랐죠... 그래서 이번 차례 상은 친정어머니께 꼼꼼히 여쭤보고, 또 메모해 뒀습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죠..아버님 좋아하시는 산적, 또 도련님 좋아하는 버섯 전.. 그리고 어머님께서 평소 잘 드셨던 식혜도 빼놓지 않고 준비했죠.. 비록 어머님은 계시지 않지만, 그 뒤를 이어 우리 이씨 집안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명절 지나고 나니, 한결 마음도 가벼워지고...훌쩍 철이 든 기분입니다. 어머니께서도 이런 제 모습을 보며 칭찬해주시겠죠? 어머님이 정말 그리워지는 명절이었습니다. 전주 효자동 윤지영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