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편이 몇 달 동안 여러 곳을 다니며 찍어뒀던 아이들의 사진을 수 십장
인화해 왔습니다....여름 휴가 계곡에서, 가을 산에서..첫 눈 오던 날 도심에서...등등..
두 아이들의 장난 끼 어린 포즈를 보며 그 때를 다시금 회상하니
미소가 절로 지어지더군요..
헌데...가만히 보고 있자니..그 많은 사진들 속에,
제가 담긴 사진은 서너 장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 둘 생기기 전엔 온통 내가 주인공이었는데...
그나마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을 보며 위안을 삼았지만, 섭섭해지더군요..
그래서 오랜만에 제 앨범을 찾아봤죠.. 언제 꺼내봤는지 먼지가 수북히 쌓인 앨범...
결혼할 때 찍은 사진을 빼놓고는 결혼 6년 동안의 흔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괜히 남편의 탓 인양 서운함을 토로했죠..
"애들 사진만 찍지 말고, 이쁜 마누라 사진도 좀 찍어 줘~~!" ....
"내가 안 찍어주고 싶어서 그랬나..! 임신 중에는 부었다며, 아이를 낳은 후에는 살 쪘다고...
어떤 날은 또 얼굴이 까칠하다며....당신이 카메라속에 들어오는거 싫어했잖아.....!!"
생각해보니 맞는 말입니다..그런데 이상하게 세월이 흐를수록
제 모습에 대해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 키우며 집에만 있다보니, 자꾸 움츠러드는 느낌..
연애시절, 남편과 다정하게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아~ 나도 저럴 때가 있었구나..’싶은 게 지금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해 보였죠..
그런 제 마음을 읽었는지, 남편이 어깨를 토닥여 주더군요.
그리곤 카메라를 가져와 질끈 동여 맨 머리에 잠옷차림의 푸시시한 저를 찍어줬습니다..
"예전의 당신도 참 이쁘지만, 지금 당신의 모습이 더 예쁘고 자연스러워...~
사랑하는 아이들을 낳아준 당신..허리 군살 좀 있으면 어때~!.."
빈말일지언정, 남편의 칭찬과 격려 싫지 않더군요..
그 날 밤..그렇게 가장 원초적인, 서른중반의 저를 사진으로 남겼죠...
4년 뒤, 마흔이 되면 이 사진을 보며..지금을 그리워할까요?
아줌마가 돼 가는 동안의 슬럼프~! 분명 또 있을 테고, 매순간 행복할 수만은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그래서 훗날..기억할 때....‘그때, 참 열심히 살았었지..행복했었지...’ 되새길 수 있길 빌어봅니다..
정읍 시기동 양성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