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방송분

결혼 3년차 ...5년 연애 끝에 한 결혼이라 그런지 아내는 오래된 친구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너무 편하게 대해서인지, 결혼 3년 만에 저는 약간의 권태감이랄까.... 말도 함부로 하게 됐고, 집에서만 지내는 아내가 답답하게 보여 짜증이 늘어갔죠. 아내도 그런 제 태도를 느꼈는지, 어느 순간부터 살가운 태도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서로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다보면 언성이 높아졌고, 자연스레 대화도 줄어들게 됐죠.. 특별한 이유 없이 그렇게 지내기를 두어 달... 얼마 전, 퇴근 길..한 과일 아주머니가 떨이라며 귤을 사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그 모습이 안되어 보여 모두 사들고 들어왔죠......그리곤 아무 말 없이 식탁 위에 올려놓고 씻고 나왔는데, 아내가 귤을 까먹고 있었습니다. 맛있다며 혼잣말을 하더니..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방으로 들어가더군요. 순간 머리를 스쳐지나간 사실...아내는 과일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연애시절부터 유난히 귤을 좋아하던 아내를 위해, 늦은 밤 귤 봉지를 안겨주고 오던 일, 핸드백 속에 늘 몇 개를 담아 다니며 내 입 속에 넣어주던 일.... 생각해보니 결혼 후 3년 동안에, 제 손으로 한번도 귤을 사들고 온 적이 없더군요. 마음이 울컥해졌습니다.. 그 후, 며칠이 지난 퇴근길..또 그 과일 아주머니가 보이더군요. 이번에도 귤을 사들고 들어가 식탁에 살며시 올려놨죠.. 어느새 몇 개를 까먹고 있던 아내가, 입을 열었습니다.. “이 귤, 어디서 샀어? 참 맛있네....” 참 오랜만에 보는 미소였습니다...뭔가 잃어버린 걸 찾은 듯 집안이 꽉 차게 느껴졌죠. 그리고 다음날 아침... 아내가 주방에 나와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뭔지 모를 벽이 생긴 이후, 제대로 된 아침상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한 술 뜨고 가라는 아내의 말에 숟가락을 들었는데...갑자기 목이 메이더군요... 그걸 지켜보던 아내도 눈물을 보였죠... 그동안 특별한 이유도 없이 왜 그리 서로에게 무심했나.. 말은 안했지만, 참회..후회의 눈물이었죠.. 이렇게 작은 일에도 감동받을 수 있는 아내란 걸 왜 모른척한건지...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사소하지만 서로의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게 참 많다는 걸 절실히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전주시 효자동 정석우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