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애기간의 종지부를 찍고, 4년 전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며칠 전, 화장대를 정리하다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향수는 고사하고, 그 흔한 화장품 셋트 조차 없이 샘플로 가득찬 화장대..
집 장만해 보자며 허리띠를 졸라매며 생활한지도 4년...
아직도 집 살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한데......
초라하기 만한 화장대를 보면서 갑자기 신랑 붙잡고 하소연하게 되더군요.
"자기야! 난 완전 샘플인생이야! 화장대 좀 봐봐.. 변변하게 쓸 화장품도 없고
입을 옷도 마땅치 않고...휴~ 내 인생이 왜 이러냐~!!" 라고 하자....
“집 살 때까지는 투정 안하기로 했잖아...그리고 샘플이야 당신이 처형한테
얻어다 쓰는 거지..누가 사지 말라고 했어..?”
하며 시원스레 지갑을 열더니, 딸랑 돈 5만원을 주더군요..
“뭐야~!! 이걸로 화장품 셋트를 사라구?
최소 10만원은 있어야 이것저것 살 수 있다구~”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편의 잔소리가 시작되더군요.
호박에 줄긋는다고 뭐 수박되냐... 브랜드 값이지 화장품안에 들어있는 건 거기서 거기다...
아줌마가 예뻐져서 뭐하냐는 둥... 정말 속 뒤집는 얘기만 하더군요.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 있는 겁니까?
결혼 전에는 선물도 곧 잘 해주던 사람인데..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건지..
물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돈 몇 만원에도 벌벌 떠는 자린고비가 됐네요..
그래도 5만원이라도 받아내, 미우나 고우나 남편이라고 시장에 들러
목 티 한 장을 샀죠..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차 창 밖을 내다보며 내뱉은 한 마디~!!
"에잇! 웬수 같은 인간! 이 짠돌아~!"
이러면서도 온통 남편 것과 아이 것만 먼저 눈에 들어오니.. 저도 참 한심하죠?
화장품 사건 이후, 기분이 영 풀어지질 않네요..
저도 여자이고 싶은데..
누구의 아내이거나, 누구의 엄마이기 전에 여자였다는 걸... 왜 남편은 모르는 걸까요??
익산시 송학동 박정윤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