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일 방송분

5년 전... 제가 스물 일곱이 되던 해, 부모님께서는 이혼을 하셨습니다. 자식들 출가시키고 두 분이 오붓하게 보내셔야 할 황혼기에.... 충격 그 자체였죠. 형부 보기도 민망하고, 저 또한 결혼을 앞두고 있던 지라.. 난감했지만, 어쩔 수 없었죠... 자식들 때문에 늘 참고 사셨다던 엄마..그런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아버지의 복잡한 생활 때문이셨죠.. 워낙에 음주가무를 즐기는 편인데다, 친구분 따라 우연히 갔던 경마에 푹 빠져.. 엄마 몰래 평생 모은 재산 다 날리고 겨우 집 한 채만 덩그러니 남겨놓으셨죠.. 엄마는 아버지의 도박 병을 고치기 위해 울며불며 매달려도 보고,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죠. 하지만 도저히 해답을 못 찾고, 결국 택한 방법이 황혼이혼이었죠. 도박만 아니라면, 성실하고 자상하셨던 아버지... 한때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더 좋아하셨던 분이었는데...그놈의 도박이 뭔지... 이혼 후에도 아버진 한동안, 경마에서 손을 떼지 못하셨습니다... 그에 대한 실망감..결국 우리 자식들마저도 등을 돌리게 만드셨는데요. 아버지는 이후 도박에서 완전히 손을 떼셨고, 급격히 건강이 나빠지셨죠. 그래도 자식이라고...늙고 초라해져가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더군요. 엄마도 처음엔 아버지 얘기조차 못 꺼내게 하시더니..어느 순간부터는 은근히 소식을 기다리시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세 자매가 생각해낸 게 두 분의 재결합.... 아버지야 진심으로 지난날을 참회할 기회를 준다면 후회 없이 보내고 싶다 하셨는데.. 문제가 될 줄 알았던 엄마.....의외로 담담하시더군요. 그렇게... 두 분은 막내가 결혼하기 앞 서, 지난 10월..재결합을 하셨습니다.. 그야말로 제2의 인생, 신혼을 보내고 계신 두 분.. 여느 신혼과는 달리 아직도 약간의 어색함이 묻어나지만, 엄마를 위하고 아껴주는 아빠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두 분의 새로운 출발을 축복하며....아름다운 황혼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정읍시 시기동 윤경은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