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방송분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우리 집안은 아버지 사업 실패로 집안 사정이 넉넉지 못했습니다.. 대학생이던 저는 학비 걱정을 해야할 정도였는데... 겨울방학, 과감히 두터운 겨울 점퍼와 군고구마 통을 마련했죠.. 처음엔 창피한 것도 문제였지만, 주변 상인들의 거침없는 시선이었습니다. 왜 하필 그 근처에서 장사를 하느냐는 둥.. 불이라도 나면 책임질 거냐는 둥..일주일도 못 버틸 거라며..참 많은 말들이 오갔죠.. 그러나 하루 이틀....고구마를 굽기 시작한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춥다며 따뜻한 국물에 밥까지 챙겨주셨습니다. 그렇게 그 생활에 적응이 되어가면서도 쉽지 않은 일 중 하나는 바로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치게 되는 것이었는데요.... 어느 날, 한 중년의 남자 분이 절 유심히 보며 지나치는데...저 또한 익숙한 모습.. 생각해보니 바로 중학교 때, 제가 사모하던 국어선생님이셨습니다. 반가움도 컸지만, 이런 모습 보여드리기 싫어 모자만 푹 눌러쓴 채 외면하고 말았죠. 헌데..다음날.. 장사를 마무리 할 즈음..그 선생님이 다시 오셨습니다. "수고가 많구나~ 통 안에 있는 고구마 다 담아라.." 사실 그 통에는 구운지 오래 돼, 바짝 말라비틀어진 고구마 몇 개가 전부였는데요.. 다시 구워드린다고 했지만, 선생님은 괜찮다는 말씀만 되풀이하셨습니다. 당연히 고구마 값은 생각지도 않고 드렸는데..나중에 알고 보니 왠 봉투를 놓고 가셨더군요. 그 안에는 10만원의 돈과 함께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아끼는 제자가 추운 겨울 밤, 혼자서 고구마 통을 지키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며..하지만 머지않아 지금의 힘든 경험이 밑거름 돼, 반드시 웃는 날 올 거라며... 힘내라는 글이었죠. 이후, 학기 준비로 일을 그만 둬야 했는데요. 겨울만 되면 더욱 떠오르는 선생님~!! 그 해 겨울, 정말 춥고 서러웠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그 경험은 인생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고.. 선생님과 이웃들에게 받았던 따뜻한 사랑 또한 지금까지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내년엔 꼭 선생님께 감사인사 드리고 싶은데..너무 늦은 건 아니겠죠~~! 익산 모현동 서윤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