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방송분

대통령 선거가 있던 날.. 신랑은 근무가 있었고,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투표장으로 향했습니다. 한 표를 행사하고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오던 길...잠깐 슈퍼에 들렀는데.... 어디서 불이 났는지 소방대원들이 분주히 진화작업을 하고 있더군요. 추운데 참 고생한다 싶었죠.. 그런데..그때.. 익숙한 얼굴이 보였습니다.. 흠뻑 젖은 소방복을 입고 얼굴엔 검은 재가 묻은 채 호스를 들고 있는 한 소방대원......바로 제 남편이었습니다. 잠깐 동안 멍하니 서있었죠. 아이들이 보면 남편에게 혹 방해라도 될까봐 안에서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얼추 마무리가 됐을 것 같아 밖으로 나가보니, 남편을 태운 소방차가 막 출발을 하더군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남편은 12년 차 소방대원....워낙 말수가 적은데다 일에 관해서는 더더욱 과묵한 편이라 그동안 남편이 하는 일을 그저, ‘힘은 들겠지만, 그래도 좋은 일 하니까 보람 있을 거야...‘ 그 정도로만 생각했죠. 헌데, 추운 겨울날 물에 흠뻑 젖은 채 화마와 싸우는 모습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그런 무심한 아내였던 것입니다... 결혼 10년 만에 남편 일하는 모습을 처음 봤죠... 언젠가...소방서 직원들은 가족들에게 일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한다던 남편의 말이 떠오르더군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죠. 사실.. 며칠 전, 별다른 이유랄 것도 없이 남편과 냉전 중이었는데 그 사실도 잊은 채 먼저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 날 만큼은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멋지고 듬직하고, 또 자랑스럽게 느껴지더군요... 때론 하루에도 몇 번씩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신이 선택한 일이라 후회하지 않는다는 남편.... 우리 가족 위해..또 자신의 일이기에 자부심을 갖고 사는 남편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나도 당신의 좋은 아내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게요..사랑해요..” 익산 모현동 김선영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