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방송분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취업 준비생이었던 저는 학원 근처.. 깨끗하면서도 비교적 저렴한 자취방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도 “총각, 이 돈으로 이런 곳에서 못살아~ 나니까 받아주는 겨!" 하시며 생색을 내셨는데요. "이제..우리 한 가족처럼 지내자구~! " 하시는 게 꽤 호탕해 보이셨죠.. 헌데...이사온 지 며칠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제 방문을 확 여시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곤 아무 말씀 없이 방안을 휘~ 둘러 보시길래, 좀 불쾌해진 저는..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왜, 노크도 없이 갑자기...." 최대한 예의를 갖추려 노력했지만, 기분이 상하더군요... "어.....총각이 벽에 못 박을까봐 그러지~ 못 박으면 안돼~! 갑자기 와서 미안하고..열심히 공부해~~!" 어이가 없었지만, 아주머니의 이러한 불심검문은 이후에도 여러 번 계속 되었습니다. 또, 한번은 먼저 취업한 친구들이 오랜만에 고기와 소주를 사들고 집을 찾았는데.. 어김없이 들이닥치신 아주머니..."친구들..!! 자고 갈 건 아니지?" 어리둥절해 하는 우릴 보곤....“응...저 학생 공부도 해야 하고.... 또 요즘 수도세도 올라서.....”하며 얼버무리시더군요... 저는 마치 감시라도 받는 듯..아주머니의 극심한 간섭에 스트레스까지 받을 지경이었죠.. 그래도 견딜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혼자 밥 해 먹기 힘들 거라며.. 친어머니처럼 음식이나 간식거릴 챙겨주셨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옥신각신하며 1년이 훌쩍 지나갔고, 저는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죠. 그리고 얼마 후, 조그만 아파트를 얻어 그 조그만 자취방을 탈출하게 됐는데... 주인집 아주머니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됐습니다.. 그건 바로, 당신의 큰딸을 꼭 한 번 만나봐 달라는 것... 처음부터 제 인상이 좋아, 사위를 삼고 싶으셨다는 것이었죠.. 그렇게 해서 이뤄진 만남...우린 좋은 인연을 키워 결혼까지 하게 됐죠.. 물론, 그 주인집 아주머니는 고마운 장모님이 되셨구요.... 저를 탐색하기 위해 매일같이 불심검문을 하셨다던 어머니..여전히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지금도 가끔,,, 첫 인사부터 가족처럼 지내자던 어머니 말씀이 떠올라 웃음 짓곤 합니다.. 전주시 우아동 이종학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