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신랑을 따라 시댁에 인사 왔을 때, 댓돌 위..
하얗게 빛나는 시부모님 고무신을 보고 어머니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죠.
먼지 한 톨 쌓이지 않도록 쓸고 닦고 기름칠한 마루며..
걸레는 어찌나 하얗던지 물수건으로 오해할 정도였습니다.
"자기야~! 어머니 혹시, 결벽증 있으신 거 아니야?"
평소 털털하고, 좀 게으른 편이었던 저는 결혼 후...어머니와 함께 지낼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절로 나더군요.
19년 전, 그 당시에는 불을 지펴서 가마솥에 밥을 했는데..
그을음이 어찌나 심하던지요..그런데도 걸어놓은 가마솥 3개 위는 늘 윤기가
잘잘 흐르는 게 어느 입식 부엌 부럽지 않았죠.
물론 저 또한 그런 부지런한 어머니 성격을 따라가기 위해 몸부림 쳤는데요..
하루만 어머니께서 자리를 비우셔도 금방 표가 나곤 했죠.
마루는 마루대로 먼지가 쌓였고, 부엌은 부엌대로 그을음에 찌들었습니다.
늘 그런 저를 꾸짖던 분..그땐 왜 그리도 어머니가 무서웠던지..
빨리 그 지긋지긋한 시골생활과, 어머니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죠.
그렇게 10년 넘게 생활하면서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기고, 부엌은 입식으로...
또 장작불은 기름보일러로 교체해 한결 살기 편해질 즈음...우린 분가를 하게 됐습니다.
헌데..어느 덧 새우처럼 휘어진 허리며, 많이 늙어버리신 어머니..
그때서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죠.
나이 들면 허리도 저절로 휘어진다면서, 차라리 펴는 것 보다 구부리는 편이
낫다 하시는데...지켜보는 자식들 마음이야..어디 그렇겠습니까?
처음 시집왔을 때, 댓돌 위의 하얀 고무신처럼 늘 정갈한 모습만 보여주셨던
어머니..이젠 그럴만한 기력도 없으신 것 같아 마음이 짠해집니다.
일흔 여섯이란 연세에 새우등 하신 어머니는 그래도 이 철없는 막내며느리가 늘 걱정이신지...
힘들게 수확한 것들을 정성껏 보내주시네요.
건강하실 때 한번 더 찾아뵙고, 손 한번 더 잡아드려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군산시 나운동 신명숙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