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방송분

내 나이 서른 하나...얼굴이 두꺼워질 나이가 됐을 만도 한데... 아직은 절대 아니란 걸 깊이 실감하는 이유는 바로 휴일과 관계없이 매일 화장을 한다는 것.. 퇴근해 세안을 하고 거울을 보면, 아주 낯선 사람이 되어 있는 저.. 그렇게 저는 화장전과 후의 얼굴이 천지차이입니다. 여드름 후유증으로 피부가 워낙 안 좋은데다, 얼굴에 기미와 주근깨가 넓게 자리하고 있어서 화장을 하지 않고는 밖으로 한 발자욱도 나갈 수가 없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죠.. 평소 휴일에 화장을 못하고, 외출할 일이 생기면.. 마스크에 모자까지..그리고도 모자라 손바닥으로 얼굴을 최대한 감싸고 돌아다닐 지경입니다. 예전에, 휴일만은 화장을 안 하기도 했는데요.. 언젠가 한 번, 이 휴일에 느긋하게 잠을 자고 있다.. 아무 연락 없이 고모와 고모부가 오셨는데..어쩔 수 없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넙쭉 인사를 드렸답니다... 그런데 두 분, 아무런 반응이 없으시고... 그냥 빤히 바라만 보시는 겁니다. 그랬습니다.....맨 얼굴을 처음보신 두 분...저를 알아보지 못하신거죠..... 얼마나 난감하던지..... 이 광경을 지켜보신 엄마 또한 당황하시며... "어...쟤가 오늘 일요일이라 이제 일어났네요..." 하시더군요..그제서야, 두 분은 말씀을 다 더듬으시며 의문의 미소를 지으시더군요.. 말해 뭘 합니까? 매일 보는 엄마조차도 제가 생 얼로 돌아다니면, "어여 들어가서 뭐라도 좀 찍어 발라라!!..얼굴이 말이 아니다...."하실 정도죠.. 그래서 휴일에도 늘 외출 할 태세로 화장을 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한 신세가 됐습니다. 매일 출근을 핑계로 화장을 하는 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겠지만, 휴일에도 피부를 쉬게 하지 못하고, 덕지덕지 분장을 하고 있어야하는 제가 너무 싫네요. 단체 여행을 꿈꾸는 건 생각할 수도 없고, 화장이 흐트러질까봐 늘 노심초사 불안에 떨어야 하는 이 못난 습성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잡티 투성인 제 저주받은 얼굴도 진정으로 사랑해줄 사람이 생긴다면...그땐 세상 두려울 게 없을 것 같네요. 저도 그냥 자연인으로 자신 있게 세상에 나서고 싶습니다... 이 시대 화장을 하는 모든 여성들의 꿈이 아닐까요.. 전주시 서신동 박주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