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방송분

알람이 울려 일어나 보니, 새벽 다섯 시였습니다. 다른 날 같으면 남편이 들어 와 잠이 깨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알람 때문에 일어나게 된 거죠. 보통 새벽 네 시 반이면, 택시를 운전하는 남편이 일을 끝내고 들어 올 시간인데....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렇게 남편은 여섯시가 다 되어 들어왔습니다..헌데 표정이 좋지 않은 게... 분명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더군요..알고 보니... 새벽 녘, 사고가 있었는데.. 술에 취한 손님이 서행 중, 갑자기 차 문을 열어버리는 바람에 지나가던 행인이 부딪혔다는 것.. 많이 다친 건 아니었지만, 병원에서 이것저것 검사하느라 일도 못하고, 그 날 번 돈은 물론, 카드까지 긁었다며..긴 한숨을 내쉬는데... 남편에게서 진한 피로감이 느껴졌습니다. 속상한 빛이 가득한 사람에게 저는 뭐라 위로의 말조차 건넬 수 없었고.. 남편은 피곤했는지 이내 잠이 들었죠... 헌데..남편이 벗어놓은 옷을 세탁하려다 보니, 소매 끝 단추가 실밥이 풀린 채 매달려 있더군요.. 자칫하면 금방 떨어질 것 같은 단추를 보자, 남편의 고된 일상이 그 옷깃에 위태롭게 매달려있는 단추처럼 느껴졌습니다. 전날 오후에 일을 나갔으니, 열두시간도 넘게 운전대를 돌린 셈인데... 아이들 학원 비며, 집안 살림을 생각하며 쉬지도 못했을 텐데.. 사고까지 났으니...그 마음이 어땠을지... 집에 한 푼도 가져오지 못하는 가장의 심정은 아마도 패잔병과 같았을 것입니다. 좋지 않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지난주에는 장거리를 이용한 손님이 택시 비를 내지 않고, 도주해 버리는 바람에 먼길을 되돌아오는데.. 그 큰 체격을 가진 사람이 자꾸만 눈물이 나.... 차를 세워두고 한참을 울었다고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가장들이 대부분 힘들게 일하고 있겠지만, 운전을 하는 남편의 일.. 더욱 힘겹게 느껴집니다..물론 좋은 손님들을 만나거나, 보람 있는 일을 할 수도 있는 직업이지만 위험할 때가 더 많은 게 사실이죠.. 그래서 일터에 나가있는 남편을 생각하면 늘 제 마음도 조마조마 한데... 가장이기에, 사고가 나도 또 운전대를 잡아야만 하는 현실... 소매 끝에 떨어질 듯 위태로이 매달려있는 단추를 꿰매며....남편의 너덜너덜해진 마음의 상처도 단단히 꿰매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군산시 미룡동 서연정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