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방송분

결혼한 지 이제 3개월이 다 되어 가는 새댁입니다. 시댁이 전남 순천인데 비해, 친정이 1시간 거리에 있어 김치 등 밑반찬은 종종 엄마가 해주시는 편인데요.. 얼마 전...김치를 많이 담그셨다며......바쁜 우릴 대신해 아버지와 함께 가져다 주시겠다고 하더군요.. 평소 자식들 집이라곤 잘 오지 않으셨고, 오셨다 하더라도 엉덩이 붙이자 마자 일어나자고 엄마를 재촉하는 아버지 성격에 왠일인가 싶었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꼭 저녁식사라도 드시게 해야겠다 싶어 회사 일이 끝나자 마자 간단히 장을 본 후, 그 동안 연마한 음식 솜씨를 보여드릴 참이었습니다. 고기도 재워놓고, 자신있는 소고기 미역국도 끓였죠...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갈 즈음, 끙끙거리며 엄마 혼자 김치통을 들고 오셨습니다.. “아빠는요?....” “응... 아빠는 밑에서 기다리고 계셔...얼른 가시겠다고 재촉하셔서 혼자 올라왔어..” 어렵게 딸네 집까지 오셔서 들어와 보지도 않고 가신다는 말씀에 서운했던 저는.. “식사 준비 다 해놨는데..가시면 어떡해요...!!”했더니, “너 음식 맛없다고 그냥 집에서 드시겠단다...하하...너희 아빠 고집을 누가 꺾겠냐.. 우린 그냥 집에 가서 먹을 테니까 너무 서운해 말고..."하시더군요. 누군가에게 쫓기듯 김치만 내려놓고 가시는 엄마 뒷모습을 보며, 너무 당황스럽고 속이 상했습니다. 잠시 뒤... 장인, 장모님이 오신다는 말에 서둘러 퇴근한 신랑도 무척이나 서운해하더군요. 그렇게 아버지에 대한 섭섭함이 남아 있던 채로, 새로 지은 밥과 반찬으로 그냥 맛있게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헌데...한참이 지난 뒤,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직도 서운해하고 있어? 사실은 오늘 아빠가 공장에서 염색약 묻은 옷을 입은데다 먼지가 잔뜩 묻어 있으셔서, 너희 집 더럽혀 진다고 한사코 안들어가신거야.. 또 박서방 보기에도 창피하고...그러니 이해하고~다음에 깨끗한 옷 입고 꼭 놀러갈게~알았지?"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전 얼마나 바보 같은 딸인지 모르겠습니다. 기껏 준비해 놨더니, 음식 맛없다고 그냥 가신다는 아버지만 원망하고 있었으니까요..정말 못난 딸이죠? 다음주말 아버지 생신에는 정성껏 만든 음식 한가득 싸들고, 부모님을 찾아뵈어야겠습니다. 전주 인후동 윤지인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