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방송분

제법 바람 끝이 쌀쌀해짐을 느끼며, 오늘도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발걸음이 무거워 종종걸음을 걷는 어머니를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사실, 어머니는 위암 4기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차마, 어머니께는 모두 사실대로 전해드리지 못하고.. 건강이 많이 좋지 않다고만 말씀드렸죠. 어머니는 담담하게 받아들이시더군요.. 어쩜 저렇게 의연하실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마음이 어떠실지...헤아릴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남은 시간동안 우리 자식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저 맛있는 음식 해드리고, 하고 싶은 일 하도록 해드리는 것... 그런 것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엔...온 가족이 모여 가족사진 찍고, 어머니와의 추억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평소 안 하던 화장 곱게 하시고, 미장원에서 머리까지 손질하시고는 "내가 제일 예쁘게 나오겠네...언제 또 우리가 이렇게 함께 사진을 찍겠냐? 있는 대로 멋 좀 내 볼란다.." 하시더군요. 어머니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가족사진을 찍고 난 뒤, 고운 모습으로 홀로 앉아 영정사진을 찍으셨습니다. 그 모습에 모두들 목이 메어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는 애써 밝은 미소를 지으시더군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자식들한테 내색조차 하지 않고, 싫은 소리도 할 줄 모르는 분이셨는데, 왜 이렇게 힘겨운 병을 얻으셨는지, 너무 안타까울 뿐입니다. 직장 생활한다고, 아이들 맡겨 놓고..어머니를 너무 힘들게 해드렸던 것 같아 후회되고, 죄스럽습니다. 늘 부족한 맏며느리에게 아무도 모르게 생활비 보태주시며,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면, "나중에 잘 사는 걸로 갚아라, 그러면 된다" 하셨는데.... 그 사랑 다 갚으려면 아직 멀었는데..차마 마음이 어머니를 놓아주지 않을 것 같네요. 어머니와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들..아직도 또렷이 남아 있는데, 이제 그런 시간들 쉽게 오지 않겠지요? 그러나....얼마나 주어질지 모르는 그 시간동안 정성을 다해 어머니를 모실 겁니다.. 지금처럼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이요법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겁니다.. 힘드시겠지만, 기운내세요..어머니, 사랑해요..... 전주 평화동 유진숙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