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방송분

평소, 절친하게 지내는 중학교 2학년인 큰아이 친구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지난 토요일이 아이들 현장학습 가는 날이었는데요.. 원래는 반장 엄마인 자신이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데..갑자기 일이 생겨 어렵게 됐다는 것..그래서 제게 부탁을 좀 하자는 것이었죠. 평소, 학교..또 선생님..이런 생각만 해도 어렵기만 하고, 선생님 도시락은 한번도 준비해본 적이 없었기에..무척이나 부담스러운 게 절대 할 수 없다고 했죠. 그런데도 끝까지 부탁하고 늘어져..어쩔 수 없이 그러마 했지만.. 영 부담이 돼 견딜 수가 없더군요.. 도시락 업체에 전화를 해보기도 했지만, 아침 일찍 한 두 개 포장은 어렵다고 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니, 음식을 사서 보내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 같더군요. 결국, 손수 김밥을 싸기로 결심하고..재료를 준비해 뒀죠.. 저는 평상시 보다 좀 일찍 일어나 싸면 되겠지 싶어 특별한 준비 없이 잠이 들었습니다. 헌데..긴장이 되어서 인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고..겨우 새벽녘에 잠이 들었는데.. 그만 늦잠이 들고 말았죠. 당연히 허겁지겁 싸는 바람에 김밥은 엉망이 되었구요. 김밥의 생명인 밥은 너무 진데다, 재료도 하나씩 빠트리고..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도대체 어떻게 해서 보내드렸는지 기억도 나질 않더군요. 아이도시락은 아예 싸주지도 못하고, 돈을 들려보내고 나니 얼마나 허망하던지요. 또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열었을 때의 선생님얼굴을 상상해보니 밀려드는 민망함.. 안절부절 못하고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아이는 선생님께서 맛있게 잘 드셨다며.. 전해 달라셨다는데...순간, 저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선생님도 똑같은 사람인데, 이해해주시겠지..싶으면서도 다른 반 선생님들과 비교됐을 걸 생각하니, 지금까지도 너무 죄송할 따름입니다. 저는 왜 그렇게 선생님 대하는 게 어려울까요? 다른 엄마들은 스스럼없이 잘도 찾아뵙던데.. 저는 전화 한 통 드리는 것도 어려우니.... 이번 도시락도 큰 부담의 결과가 아니었나 싶더군요.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것도 맞지 않지만, 저처럼 선생님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도 문제가 있지 않나..싶네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선생님께 좀 더 맛있는 도시락을 싸드리고 싶구요. 더 편히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군산시 지곡동 서은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