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방송분

엄마 연세..내년이면 예순 둘..... 외할머니는 여든 다섯.... 얼마전 할머니의 여든 다섯 번째 생신이셨는데요. 지금도 정정한 할머니.. 외가가 옆 동네라 늘 자주 왕래하고 있는데요. 엄마가 외할머니를 두고, 늘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노인네가 정말 기억력도 좋아~ 이제 총기도 좀 떨어지고 그러실 만도 한데.....” 외할머니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기억력을 자랑하십니다. 아들, 딸과 며느리...사위들은 물론.... 12명이나 되는 손주들의 생일을 지금도 다 기억하시고, 이웃 집 누구네 집에 며칠 날 잔치가 있는지 한 번 들으시면 절대 잊지 않으실 정도이죠. 그에 비해 엄마는 듣고도 금방 금방 깜빡하셨고, 재차 말씀을 해드려야만 기억을 하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머쓱해진 엄마가 할머니에 대해 내놓는 질투 어린 해석은 이랬습니다. “노인네가 달리 할 일도 없고, 심심하니 허구헌 날 날짜나 보고 있겠지...!!” 그에 반해 할머니의 주장은..... “내가 어려서부터 총기가 뛰어났지....그저 못 배운 게 한이다....” 사실 번번이 할머니의 기억력 앞에서 엄마의 자존심은 무너지곤 했죠. 엄마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 일을 할머니께서 기억하고 계시다가 일러주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작년 여름엔.... 제가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겠다고 했을 때..엄마가 절에 다녀오셨는데.. 궁합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으셨다는 겁니다. 역시 그게 좀 이상했던지 할머니께서는 예비 손녀 사위 생일 생시를 재차 확인하셨는데요.. 제가 말씀드린 것과 다르더라는 겁니다..이번에는 분명하다며..확신을 했던 엄마.. 역시..할머니 기억이 맞았던 거죠.. 엄마는 그 때도 멋쩍은 마음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휴~~노인네가 주책이야~! 무슨 기억력이 그렇게 좋아? ......호호호~~ 사실, 말씀은 이렇게 하시지만..늘 건강한 할머니가 곁에 계시기에 든든하고 뿌듯하다는 엄마.. 어느덧 흰머리가 검은머리보다 많아진 엄마..그 보다 훨씬 더 연로하신 할머니.. 가끔 뒤바뀐 모녀의 모습을 보긴 하지만, 늘 가까운 거리에서 티격태격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두 분.. 앞으로도 그 두 분이 오래오래 건강하시길...빌어 봅니다. 부안군 부안읍 동중리 임성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