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방송분

"차 조심하고...어른들께 말씀 잘 전해드려~당신, 보고 싶어서 어떻게 참냐.......흑흑" 지난 주말 아침 일찍...일이 있어 처가로 향하는 아내에게 건네는 인사였습니다.. 아내는 못 믿겠다는 듯, 눈을 살짝 흘기며.. “퇴근하면 일찍 일찍 들어가고...술 마시지 말구.....” 떠나기 전까지 내내 당부에 또 당부를 하던 아내... 겨우 겨우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키고, 대구행 차에 태워보냈죠. 처가엔 늘 함께 갔었는데..이번엔 회사일 때문에 아내 혼자 가야 했는데요.. 이 얼마 만에 느껴보는 해방감인지..탄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제 나이 스물 여덟에 덜컥 아기가 생기는 바람에..대구에서 저 하나만 믿고 온 아내... 그래서 더욱 제 퇴근 시간을 챙기더군요... "오빠..오늘 몇 시에 끝나?...술 안 마시고 일찍 올 거지?...."하루에도 몇 번씩 이어지는 문자.. 아내 마음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한참 친구들과 어울릴 나이에 늘 아내 먼저 챙겨야 된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더군요. 그렇게 아내가 대구로 떠나고, 맞은 여유...‘오늘 밤, 뭘하지?’ 고민이 됐습니다. ‘친구들을 모조리 집으로 데리고 올까? ’ 혼자 이래저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죠.. 그런데...이게 웬일입니까?........ 평소에 아내 눈치보기 바쁜 제게 술 한 잔 하자며, 전화해대던 녀석들이 하나같이 일이 있어 안 된다는 것이었죠.. 막상 계획 세우고 맘먹은 날...결국 친구들이 도움을 주지 않더군요.... 그 때,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빠 뭐해~~? 집에 일찍 왔구나~!! 그동안 나 챙기느라 힘들었는데.. 친구들도 좀 만나고, 자유롭게 보내지 그랬어~~!아쉽겠다..”하더군요.. 마치 지금의 제 처량한 상황을 꿰뚫어 보고 있는 사람처럼..목소리가 밝더군요.. 잠깐이나마 쾌재를 부르며..어떻게 하면 광란의 밤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던 제 모습이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참 여우같은 사람...아내는 처음부터 제 마음을 다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누우라며 끝까지 당부를 잊지 않는 아내.... 그 날 결국, 벼루고 벼뤘던 일상 탈출은 무산이 됐고.. 집에서 홀로 아내가 해 놓은 밥에 소주 한 잔 마시고..잠이 들었답니다.. 저 정말 꽉 잡혀 사는 거 맞죠? 정읍시 수성동 장동훈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