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방송분

우리 식구들은 대체로 목소리가 큰 편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잘 모르고 지냈는데.....한참 사춘기 시절.. 어느 날, 막 현관에 들어서려는 순간..처음으로 집안의 시끄러운 소리가 밖으로 새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순간,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리고..창피해지더군요. 사실, 오래된 연립주택이라 방음이 약한 것도 있었겠지만.. 식구들의 큰 목소리가 한 몫 했을 겁니다... 그 뒤부터는 누가 큰소리만 내도 조용히 하라며 소리치기에 바쁜 저였죠.. 지금생각해보면 별일도 아니었는데... 사춘기 시절이라 그런지 많이 예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택시 기사였던 아버지께서 늦게 귀가한 후...TV를 보고 계셨는데... 그 소리가 유독 크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짜증을 좀 냈는데..그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가 조용히 절 부르시더군요.. 그리곤 놀라운 사실 한 가지를 알려주셨는데... 아버지는 한 쪽 귀가 안 들리신다는 것이었죠...아주 어렸을 적, 심한 홍역을 앓았는데.. 그만 치료가 늦어 한 쪽 청력을 잃게 되셨답니다... 우리에겐 그 소리가 시끄럽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반쪽 밖에 들을 수 없는 아버지한테는 그리 큰 소리가 아닐 거란 엄마의 눈물어린 고백.. 혹시라도 장애 있는 게 자식들에게 흠이 될 까봐 지금까지 감추고.. 전전긍긍하며 사셨다는 아버지..그 말씀을 들으니 너무 죄송스럽고, 눈물이 나더군요. 그동안 제가 싫은 소리를 할 때마다 말씀도 못하고,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요? 아버지께는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했고...그 후부터는 아무리 큰 소리로 얘기하고, 또 아무리 TV소리가 커도 신경 쓰지 않았죠. 한쪽 귀가 안 들리는 건 좀 불편할 뿐이지, 장애가 되지 않는다 말씀하셨다는 아버지... 그렇기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듣고, 크게 말씀하시던 그 분이 더 이상 싫지 않았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버지의 비밀은 지켜 드리고 있었는데요...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더 힘들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젠 모든 걸 털어놓고, 편히 생활하실 수 있도록 해드릴 생각입니다.. 그동안 힘겹게 살아오신 아버지..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익산시 송학동 지연숙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