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방송분

결혼생활 8년째, 전업주부.. 남편과 저는 크게 싸워 본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평탄하게 보내온 시간들... 그런데..올 초부터...자주 다투게 됐는데..그건 바로, 저의 홈쇼핑 때문입니다.. 아침에 서둘러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유치원 보내고... 집 정리를 좀 하고 나면..자연스레 리모콘으로 손이 가더군요.. 그렇게 채널을 돌리다 보면 아무리 눈을 피해가려 해도 홈쇼핑채널에 시선이 고정되죠... 모델들의 유혹에 거기다 "최저가, 마감임박" 이란 자막이 뜨기 시작하면.. 자동적으로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전화기를 들게 되더군요.. 그렇게 사흘이 멀다하고 날아드는 택배, 어떤 날은 서로 다른 택배 기사가 동시에 올 정도였으니..이쯤 되면 남편이 보기에도 중독이라고 할 만 했죠. 그래서 배달된 물건을 남편이 모르는 곳에 숨겨놓곤 했는데.. 어떻게든 꼬리가 잡혀..여지없이 부부싸움으로 이어졌죠.. 저도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티비를 안보기로...... 굳은 결심을 했죠... 특히 주요 관심 홈쇼핑 시간에는 운동을 하거나, 옆 산을 오르면서 잊도록 노력했습니다. 유혹을 뿌리치는 게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인내를 발휘했죠.. 그러자, 어느 정도 홈쇼핑의 중독에서 탈출이 되더군요.... 남편도 저의 노력하는 모습에 대견해하는 듯 했습니다.. 헌데..잠잠했던 한 달여가 지나고..정체 모를 택배 하나가 왔습니다.. 한 홈쇼핑 회사에서 온 물건이었는데..남편 이름으로 온 것이었죠. 상자를 열어보니..그동안 신랑이 사고 싶어했던 디지털 카메라.. 남편은 본디 홈쇼핑이라면 관심도 없을 뿐더러..저 때문에 질릴 대로 질려있었던 터... 당장 홈쇼핑 회사에 전활 해 문의해 보니..분명 남편이 제 카드로 산 카메라였습니다. 퇴근한 남편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지난 주말, 제가 동창회에 나간 사이..우연히 홈쇼핑을 좀 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완전 특가세일에, 푸짐한 사은품까지 줬다며.....상기된 목소리로 제게 자랑하는데... 과거의 저를 보는 것 같아 좀 기가 막히더군요.. 그 이후, 어제 또 하나의 택배가 왔는데..그건 바로, 면도기....!! 남편은 저의 홈쇼핑 중독 바이러스를 가져간 것일까요?..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전주 평화동 안선영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