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방송분

벌써 12년 전.. 고3때의 교훈은‘지금 공부하면 미래의 남편이 달라진다’ 였습니다. 살벌한 교실에서 항상 대입시험이란 전쟁을 치르기 위해 책과 사투를 벌이며, 뭔가에 목말라 하던 우리에게...... 첫 부임해 온 총각선생님.... 일대 사건이었죠..전 학생들이 그 선생님의 눈길을 한번이라도 받아보기 위해 쟁탈전을 벌일 정도였구요.. 선물, 꽃, 편지공세가 앞다퉈 이뤄졌고.. 선생님이 특정 학생에게 미소만 보여도, 그 친구는 왕따가 될 정도였죠. 제 단짝 친구 은정이도 역시, 그 선생님께 푹 빠져 있었는데요. 저도 선생님을 좋아했지만, 그 친구 때문에 선뜻 표현도 못하고.. 오히려 싫은 척, 시치미를 뚝 뗐죠.. 그런데..평소 수줍음이 많던 은정이..제게 대신 편지를 좀 선생님께 건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편지를 전해 받고, 저는 한참 고민에 빠져야 했죠. 결국, 전해준척 하고... 사실 드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중간에서 꼴깍 삼킨 편지만 무려 몇 십 통...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었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 여고 졸업을 한 후, 우리에게 영웅 같은 존재였던 그 총각 선생님도 잊혀 질 즈음...우연히 그 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이제 제법 숙녀가 다 됐다며..반갑게 인사를 해주시더군요.. 당시, 교육학을 전공하던 제게 선생님은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연락하라며 번호를 알려주셨는데.. 그 뒤로 선생님과 이런 저런 핑계로 만나게 됐고, 우연이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됐죠. 결혼식 날, 은정이를 비롯해 놀라며 달려온 많은 친구들... 질투 어린 원성을 한 몸에 받아야 했는데요.. 그렇게 부부로 산지도 벌써, 7년이 지난 지금... 전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땐 자기가 뭐가 그렇게 좋아서 애들이 울고불고 한 걸까? 한번 살아 보라지!!” 사실, 아직도 여전히 걸려오는 여 제자들의 전화에 몸살을 앓고는 있는데요.. 심한 코골이인데다, 지저분한 무좀..게다가 무서운 시누이들이 넷이나 있다는 걸 알아도 과연 그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 싶네요... 저...늦었지만 이제라도 친구 은정이에게 전하지 못한 편지사건에 대해 고백하며... 사과하고 싶은데요......그 친구가 어떻게 반응할지....벌써부터 걱정이네요~~ 군산시 미룡동 최선우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