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직장 동료 소개로 아리땁고, 마음씨 착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됐습니다.
흔히 말하듯, 깨가 쏟아지는 신혼생활을 만끽하고 있는데요..
아내에 대해 한가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건 바로, 밤마다 코를 곤다는 것....
처음엔 직장생활에 집안 일까지 병행해야 하다보니, 피곤해 한 두 번쯤 그럴 수도 있겠지 싶었죠..
또 한편으론 좀 귀엽고..여자들도 코를 고는 구나 싶은 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헌데..갈수록 점점 소리가 커지고, 그 소리에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지다 보니...
이를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고민이 되더군요..
민망하고, 무안해할 아내 얼굴이 그려졌기 때문이죠..그러다, 결국 조심스럽게 얘길 꺼냈습니다.
"자기, 잘 때 코고는 거 알아?"
아내가 눈이 휘둥그래지며 묻더군요.. "저...정말?... 내가 진짜, 코 골았어? 심하게?"
솔직히 심할 때도 많은데..모두 그대로 얘기하면 아내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 같아
차마 그렇진 못하겠더군요..
하지만 사실...버스가 지나가는 것처럼 굉음을 낼 때도 있고..
무 호흡이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죠..
그래서 몸의 위치를 바꿔 주기도 하고, 베개를 잘 놓아주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봤는데요..모두 한계가 있더군요.
아내는 지금까지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했는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그걸 보니..'괜히 얘기했나? 내가 참을걸..' 하는 생각도 들었죠...
그 이후..아내는 일어나면 가장 먼저 묻는 게... "자기야, 나 코 골았어?"입니다..
딴에는 주문이라도 외우며 잠자리에 드는 모양인데..크게 달라지진 않았죠.
그런데... 며칠 전, 아내가 뭔가를 내밀더군요..
그건 바로, 귀마개...!! 결혼 전에는 제가 이런 걸하고 자야할 줄..꿈에도 몰랐죠..
헌데...소리가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효과는 있더군요.
이후..역시 아침이면 아내는 늘 제 눈치를 슬슬 살피는데요..너무 의기소침해져 있는 걸 보면..
끝까지 지켜줘야 할 자존심을 건드린 건 아닌가..오히려 미안해집니다.
아내에겐 많이 좋아졌다며 격려해 주고 있는데요..사실, 이젠 아내의 코고는 소리가
잔잔한 자장가처럼 들리기도 합니다..아침만 되면, 제 눈치를 살피느라 바쁜 아내..
이젠 코 고는 소리까지 사랑할 수 있다고 전해주세요..“자기, 파이팅~!!”
정읍시 수성동 윤재성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