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아홉인 친구의 남편이 안타깝게도 지병으로 운명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예로부터, 어르신들은 아홉 수가 좋지 않다고 하셨죠..
하지만, 저는 그런 말들을 믿지 않았습니다.
아홉 수 때문이 아니라,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또는 타고난 운명이라 생각했죠..
헌데, 그 말이 전혀 틀리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남편도 7년 전 가을, 마흔 아홉이란 나이에 세상을 떠났거든요.
그래서 인지.....가을이면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해집니다..
아이들도 직장, 또.....학교생활 하느라 집을 떠나있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우리, 아이들 다 키워서 결혼시키고 나면 맛있는 것도 사 먹어가며
둘이서 여행이나 다니세......”
단풍으로 물든 멋진 가을 산을 좋아하던 남편이..자주 하던 말이었죠.
손가락 걸고 굳게 약속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남편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런 남편과 저는 공통된 게 별로 없었죠..
추위를 많이 타는 남편에 비해, 저는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었구요.
제가 신나는 트로트를 좋아하는 반면, 남편은 조용한 발라드를 좋아했습니다.
또 제가 육고기를 선호하는 반면....남편은 생선을....우린 늘 이런 식이었죠.
처음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다투기도 많이 했죠..
하지만 20년 넘게 살면서,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서로의 취향도 어느 정도 존중하게 되더군요.
그래도 항상 늘그막에 맛있는 음식 사 먹어가며,
여행 많이 다니자는 그것만은 딱 맞는다며 위안 삼곤 했었는데....
젊은 시절에는 늘 먹고사는데 바빠 여유가 없었죠..하지만 이렇게 성실히 살다보면,
언젠가는 그 여유로운 노후가 우릴 기다릴 거라며 입가에 미소를 짓곤 했는데...
그러나...남편은 노력의 대가도 없이 떠나버렸고..한동안은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준비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죠...악착같이 보낸 시간이 허무해서였죠.....
한치 앞도 모르는 우리네 인생을 한탄하고 원망하며 보낸 시간들....
그렇게 흘러간 7년 전이 떠올라... 그 친구에게 하루에 한 통씩 전화로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친구가 아픔을 잘 이겨내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네요..
충남 보령시 명천동 정순애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