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방송분

저희 집엔 오래된 가구, 가전제품들이 많습니다.. 부모님이 워낙 알뜰하신 편이라 왠만하면 물건을 쉽게 바꾸지 않으려 하시죠~ 덕분에 날마다 가구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려 올 정도인데요.. 특히, 올해로 저보다 나이 한 살이 적은 26년 된 장롱.. 안방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요.. 언제부턴가 이불을 넣고 잠그려 하면 또 다시‘스르르’ 혼자 열리곤 하더군요.. 그게 눈에 거슬려..이제 그만 장롱하나 새로 구입하자고 제안을 했죠.. 헌데..엄마는 아직 쓸만한 걸 버리면 죄받는다며.. 쫙 벌어지는 장롱을 다시 끈으로 묶으시더군요.. 그러던 중, 부모님도 심각성을 인정하시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온가족이 거실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나는 겁니다. 놀란 식구들이 그 소리의 근원지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죠. 안방에 TV를 받치고 있던 작은 서랍장이 내려앉은 건데요.. 그 사이로 쏟아져 널 부러져 있는 옷가지들...딱 처량해 보이더군요.. 동생들과 저...이 황당한 상황에 모두 할 말을 잃었는데...부모님 하시는 말씀.. "26년 된 장롱도 끄떡없는데.. 아직 15년 밖에 안된 게 왜 저래?......." 정말 못 말리는 두 분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잠시 뒤, 엄마가 무너진 서랍장을 툭툭 치며 하시는 말씀... “주연아~! 우린 정말 아무~것도 필요 없다~!!” 마침, TV에서 모 CF가 나왔는데...재치 있게 따라하셨고..우리 집은 금새 웃음 바다가 됐죠. 헌데....그 날밤, 곰곰이 생각해 보니..이젠 정말 제가 가구하나 바꿔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누구 못지 않게 알뜰하게 생활하신 부모님... 하지만, 늘 우리 자식들이 필요하다는 건 어떻게든 해주시려 애쓰셨죠.... 가구들의 비명을 무시하는 일..물론 오래도록 굳어온 생활 습관도 있으시겠지만, 결국 우리들에게 더 좋은 걸, 주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시기 때문이란 걸 이젠 압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곧 부모님의 27주년 결혼기념일이 다가오는데,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해드리고 싶네요...부모님이 좋아하시겠죠?......... 충남 논산시 취암동 성주연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