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중학생인 딸아이 생일이었습니다.
몇 주 전부터 자기 생일 다가오는데, 뭐 해 줄 거냐며 묻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그 때마다 다 큰 딸내미, 왠 선물 타령이냐며..철이 나려면 멀었다고..타박하곤 했죠..
"그럼 케잌도 안 사 줄거야? " 하길래...
"살 빼!! 케잌이 얼마나 칼로리가 높은데, 너 종아리를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했죠...
딸내미는 엄마의 농담을 아는지 모르는지..연신 싱글싱글 웃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생일인데....딸이 좋아하는 잡채라도 해줄 요량으로
전날 밤...야채 이것저것 다듬어 놓고, 미역도 물에 담가 놓은 후 잠이 들었죠.
헌데...새벽녘,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 시간에 누구지?’ 하며....살금살금 나가 보니, 주방에 불이 켜져 있더군요...
그리고 딸아이가 등지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아침 잠이 많아 늘 서너 번 씩은 깨워야 일어나는 잠꾸러기 딸.....깜짝 놀랐죠...
"아니, 이 새벽에 뭐하니?" 묻자........
"엄마, 들어가요... 오늘 아침은 내가 준비할거야....원래 자식 생일엔, 엄마가 상을 받는 거래...
나 낳고 산후 조리도 잘 못해서... 무릎이랑, 허리 아프죠?.. "
하며, 쑥스러운지 얼굴한번 안 돌리고 미역국을 끓이더군요..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물이 날 것 같더군요...
늘 어린아이인 줄만 알았는데....언제 저렇게 컸나 싶은 게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나름대로 이것저것 차려 온 아침상은 된밥에, 간장을 너무 많이 부은 시커먼 미역국이
전부였지만, 정말 맛있는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제 생일에는 한층 더 나아진 미역국을 맛보이겠다며...어깨를 으쓱거리는 딸내미...
사실, 저 또한 나이 들어갈수록..생일엔.. ‘나 낳느라 얼마나 힘든 하루를 보내셨을까..!!’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에 눈시울을 붉히곤 했는데...그 쪼그만 게 어떻게 그 마음을 알았을까?
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나 깨닫게 된 그 사실.......
가끔 말 안 듣고,, 투정 부려..철부지라고 꾸짖곤 했는데..
제게 딸이 있어 참 행복하단 생각을 해 본 아침이었습니다.
정읍시 시기동 정희숙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