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크대 개수대가 막혀 봐달라고 했더니...
제대로 막기는커녕 밑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또 액자를 좀 걸어달라 했더니..벽을 뚫지 못해 끙끙대고 있네요...
누구 얘기냐구요? 바로 변변치 못한 우린 신랑입니다...
뭔가 일이 척척 되는가 싶으면, 결국‘그러면 그렇지..’가 되곤 합니다...
우리신랑은 늘 이렇답니다.
덩치는 산만하고, 외형은 그야말로 남자다운 남자인데...
알고 보면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처럼 귀하게 자랐다네요...
그에 비해 갈갈한 성격의 저...답답함을 참지 못하고..스스로 해치우고 마는데요..
그래서 결혼 3년 차..지금까지 스스로 못 박고, 형광등 교체하는 등..
왠만하면 다른 집들은 남자들이 할 만한 일들을 제가 해 내고 있답니다..
헌데..생각할수록 이러면 안되겠다 싶더군요..
남들은 단순히 신랑 외형만 보고..‘듬직하다’..‘많이 의지가 되겠다’..하는데..
이건 슬슬..좀 어려운 일이 생긴다 싶으면 제게 다 떠넘기고, 제게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신랑을 교육시킬 요량으로 꾹 참고...이것저것 요구를 했습니다...
헌데..역시나, 현관문이 맞지 않아 고쳐달라 했는데...금새 나사가 다시 빠지고,
잘 막히는 싱크대의 개수대.. 이물질 제거하고, 물새지 말라고 실리콘 발라놓았건만..
접촉부위를 꽉 조이지 않고, 실리콘을 발라 물만 더 줄줄 흐르고 있답니다.
상황이 이러니..제가 뭘 맡기겠습니까!!
화가 난 저.. 신랑에게 퍼부어댔죠...
"뭐 하나를 시키면, 똑 부러지게 하는 게 하나도 없어..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시키면 뭘 해~!! "
그랬더니 우리 신랑이 말하더군요...
“나도 열심히 했단 말야..며칠 전, 욕실 바닥 미끄러운데 당신 넘어질까봐..물 청소 해놓고..
당신 힘들까봐, 내가 샤워하면서 양말도 빨구....계단에 센서등 안 들어오면 자기 무서울까봐
미리 조치까지 해 놨는데....당신은 내가 못마땅하기만 한거야!!
신랑도 그동안 제게 구박받으며, 꾹꾹 누르고 지낸 게 많았던 모양입니다...
순간 좀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당신 땜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