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방송분

지난주, 남편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권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요즘은 뭐 신혼여행이다, 휴가다 해서...여권에 도장 찍을 곳이 없어 갱신한다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죠.. 헌데...이번에 직장에서 좋은 기회가 생겨, 신랑이 일본으로 출장 겸 나들이를 가게 된 겁니다. 남편은 마치 어린아이가 소풍을 앞둔 것처럼 어쩔 줄 몰라하더군요. 그런 모습을 봐라보는 저...혼자만 해외에 나가는 게 약간 질투도 났지만.. 저 또한 괜시리 흥분 돼, 혹시 뭐 빠진거라도 없나... 남편 가방을 수 차례 열었다 닫았다 했죠. 그리고 혹시, 남편이 처음 나가는 외국행에 쓸데없이 돈을 쓰고 오진 않을까 걱정이 돼 누누이 일렀습니다... 일본은 특히, 물가가 비싼 곳이니 아무것도 사오지 말라는 것... 정 서운하다면..간단히 아이들에게 기념이 될 만한 것이나 사오라 했죠. 특히....“난 정말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까..그냥 오면 돼~~” 워낙, 마음 약하고..귀가 얇은 신랑이었기에 당부에 또 당부를 했습니다.. 그렇게 첫 해외 나들이 4박 5일이 지나가고...남편이 돌아왔습니다... 표정이 참 밝아 보이는 게 좋아 보였죠... 그리고 잠시 뒤...여행 가방을 풀었는데...정말 아이들 선물을 챙겨왔더군요.. 헌데.....알고 보니 제가 당부한 것처럼, 아이들 선물만 사온 게 아니라.. 직장 동료, 지인들..가까이 사시는 시댁 식구들... 등등 챙길 만한 사람들은 전부 챙겼더군요.. 정말, 딱 제 선물만 빼고 말이죠.... 속은 좀 상했지만, 처음엔 제가 했던 말도 있고...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려 했죠.. 헌데...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아무 것도 필요 없다는 말이 진심이겠습니까? 저라고 시중보다 더 저렴한 공항 면세점이 있다는 걸, 왜 모르겠습니까!! 몇 년째 쓰고 있는 가방이며, 샘플만 쓰고 있는 화장품..또 액세서리.... 왜 갖고 싶지 않겠어요~!! 몇 년 살아온 자기 마누라 마음을 그렇게 모르는지.. 신랑도 처음엔 좀 미안해하더니..이젠 되려 화를 내네요.. 오히려 제 말을 충실히 들었을 뿐인데..왜 화를 내느냐는 것이죠... 눈치코치 없는, 곰 같은 우리 신랑..모든 걸 손에 쥐어줘야 알까요? 우리 신랑, 지도 좀 부탁드립니다.. 익산 영등동 임은진씨..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