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방송분

올 여름, 지루한 장마가 지나고 난 뒤.. 참 무더웠죠..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었는데..... 올해 막 대학생활을 시작한 아들은 이번 여름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것도 하루종일 서 있어야 하는 주유소 일이었죠.. 다른 아이들은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러 학원을 다니거나...또는 여행을..... 아니면 자기가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방학을 보냈을텐데... 아들은 더위와 싸워가며 귀한 시간을 보냈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도 있지만, 요즘은 다 옛말이 되어 버린 듯 한 생각이 듭니다.. 겨우 하나, 둘... 밖에 안되는 자식을 고생시키지 않으려 부모들이 온갖 정성을 다 쏟기 때문이죠.. 헌데..까맣게 그을린 피부를 보니, 저는 하나뿐인 자식 뒷바라지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더군요... 친구들과 어울려 좋아하는 영화한편 못보고,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게 안쓰러워 빨리 그만두길 바랬지만...구김살 없는 아들은 오히려 힘들지 않고, 즐겁다며... 사회경험 삼아 하는 일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하더군요. 오히려 늘 부족한 엄마를 위로하며, 더욱 미안하게 만들었죠.. 그런 아들의 아르바이트 마지막날...양손에 큰 박스 하나를 들고 왔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전기압력밥솥.... 10년이 거의 다 되가는 우리집 밥솥.... 얼마 전부터 수명을 다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었죠.. 그래서 냄비에 밥을 해야 했구요..잠시 다른 일을 하다보면, 금새 밥물이 넘쳐 영 귀찮은 게 아니었는데..그걸 아들이 유심히 본 모양이더군요. 다음달 월급 타면 꼭 하나 마련해야지 생각하던 찰라..꼭 필요한 걸 사들고 온 아들.. 아주 값진 선물이 됐죠..게다가...고생해서 번 돈을 모두 등록금에 보태겠다며..떡하니 내놓는데... 넉넉하지 못한 살림.. 부모 걱정 먼저 하는 아들을 보면서, 한없이 마음이 저려오더군요.. 어느새 부모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만큼, 부쩍 자란 아들이 너무도 대견해 보였습니다.. 그런 아들이 요즘 2학기 중간고사 준비로, 땀을 흘리고 있는데요.. 성실히 준비해 온 만큼, 좋은 결과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들, 파이팅~!!” 전주 금암동 허인숙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