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방송분

결혼 전, 아내는 매사에 정확하고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누군가와 통화 중, 연락처를 메모할 일이 생기면..아내가 대신 기억해 줬고, 한번 만난 사람은 이름, 전화번호..심지어는 차번호까지 외우고 있어 저를 놀래 키곤 했죠.. 헌데..그랬던 사람이 아이를 낳고 변하더군요. 손에 든 주걱을 찾기 위해 한참을 찾질 않나, 아이의 젖병을 전자렌지에 넣어 두고 온 종일 집안을 뒤지질 않나, 제가 중요하다며 보관하라 한 서류를 생선과 함께 냉동고에 얼리지 않나... 건망증이 갈수록 심해지더군요. 여자들은 아이를 낳으면 다들 그렇다며..어머니께서도 다독여주라 했지만, 저는 우스개 소리처럼 "처가에 AS신청해야겠다....그러니 메모를 하라" 며 핀잔을 주곤 했죠. 헌데, 요즘 제가 그런 아내를 닮아가나 봅니다. 중요한 서류를 집에 놓고 출근을 하기도 하고, 무슨 볼 일이 있어 방에 들어갔다... '내가 이방에 왜 왔지?' 하며 한참을 멍하니 서 있곤 합니다. 얼마 전에는 출근을 하려는데, 늘 현관입구에 놓여있는 그 자리에 차 열쇠가 없는 겁니다. 바쁜 아침...이리저리 찾다보니 시간이 흘러갔고,, 분명 아내나 아이들이 손을 댔다고 생각하며..빨리 찾아내라고 채근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한참을 뒤지던 중, 아내가 문제의 열쇠를 찾아낸 곳은 전날 입은 외투속 주머니.. 황당한 듯, 아내와 아이들이 저를 쏘아보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그런데 엊그제, 정말 얼굴 붉혀질 일이 또 있었답니다. 급하게 볼일이 있어 백화점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주차해놓은 곳에 차가 없는 겁니다. 잘못 알았나 싶어 그 층을 몇 번이나 돌아보았지만, 사라진 차.. 정말 황당하더군요. 그래서 주차요원에게 도난 당한 것 같다며..상황 설명하기에 이르렀고.. 주차요원들 하나 둘,,몰려들며..차량 번호를 조회하기에 이르렀죠. 헌데 잠시 뒤, 주차요원의 한 마디...“저,, 손님 차는 아래층에 주차되어 있는데요..” 순간 얼굴을 들 수가 없었죠...왜 그건 생각지도 못했는지...한번도 그런 실수를 한 적이 없었는데.... 아직 아내에게도 말하지 못한 사건입니다..... 저도 건망증이 생긴 걸까요? 이제부터라도 아내에게 핀잔이 아닌 사랑과 위로를... 그리고, 저도 꼭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군산시 미룡동 손영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