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방송분

“여보 이리 누워 봐! 세상에 흰머리 카락 좀 봐" 저녁 식사 끝나기가 무섭게 아내는 저를 눕히고는 호들갑을 떱니다.. 흰머리가 아니라, 새치라며..우겨봤지만..유난 떠는 아내를 이겨낼 순 없더군요. 내 나이 어느새 마흔 여덟!! 상큼한 오빠보다는 걸쭉한 아저씨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나이가 되어버렸죠.. 5년만 젊었다면 못다 한 공부도 해보고 싶고, 아내 말처럼 자격증공부에 도전도 해보고... 대출 같은 거 무서워하지 않고, 부동산에 투자해 볼 것 같은데... 이제는 어제를 아쉬워하며, 집착만 하는 그런 아저씨가 되어버렸네요.. 해놓은 것도 없는 것 같은데...자고 나면 한 뼘씩 자라있는 아이들이며..어느새 흰머리카락이라니.. 아버지는 지금의 내 나이에 막내인 저를 보셨는데... 얼마나 예뻤으면 바깥출입조차 삼가셨을 정도라고 합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버지의 머리는 유난히도 서리맞은 장독대같이 하얬죠.. 그 아버지가 학교에 오시는 걸 저는 싫어했습니다. 젊은 선생님 앞에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도....늘 상석에 앉아 깍듯이 연장자 대접을 받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저 나 때문에 사시는 아버지.... 어린 저를 거두느라 흰머리가 나는 줄도 모르고 사는 아버지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땐, 아버지가 드시는 흰밥도 싫었고, 흰 막걸리도 싫었죠.. 그것들이 모두 아버지를 하얀 할아버지로 만드는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철이 들기도 전에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고.. 그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이젠 내가 그 시절, 아버지가 되어 있다니.. 저보다 두 살이 어린 아내는 제 머리 숲을 이리저리 헤치며.. "벌써부터 흰머리가 나면 어떡해~!! 앞으로 한동안은 더 아이들 가르쳐야되고, 결혼도 시켜야 하는데......당신 늙으니까 슬프다" 결코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얘기들.. 헌데...그런 말을 하고 있는 아내 얼굴에도 어느새 자글자글한 주름이 내려오고 있음이 저를 더욱 서글프게 하더군요.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옛말이 실감납니다.. 하지만, 앞으로 마음만은 더 젊게~~~~!! 살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전주시 인후동 신종일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