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죄 짓고는 못 산다고 했던가요?
아내 몰래..비밀을 간직했다면 그게 죄라면 죄일텐데요..
이번 추석 연휴, 아내에게 비밀 한 가지를 토로하고 나니 이렇게 마음이 홀가분할 수가 없네요.....
그건 바로 명절 보너스 외에 받게 된, 특별 상여금 때문이었는데...
생각지 못한 교육비며 수당이 합쳐지니, 백만원이란 돈이 되더군요.
그것도 빳빳한 만원권 지폐 100장...늘 모든게 통장으로 입금되다, 그날은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
특별히 현금으로 주는 거라 하더군요...직접 그 돈 다발을 받아드는 순간,
꼭 심마니가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모든 동료들의 마음이 그러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돈으로 밀린 외상값 지불이며..또 평소 사고 싶었던 걸 아내 몰래 살 거라는 동료..
모두 제각각, 즐거움의 탄성이 쏟아졌죠..
그런데..저는 막상 뭘 해야될지 모르겠더군요..
분명, 아내는 모르는 돈..!!그러나 좋았던 기분도 잠시..저는 딱히, 쓸 만한 곳이 생각나지 않았고...
그 날 이후, 고민이 밀려왔습니다
‘과연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까? 평소에 갖고 싶었던 낚시 도구 셋트를 장만할까.?
아냐, 그럼 분명 여우같은 마누라가 돈이 어디서 났냐며 닦달하겠지..?’
그래서 생각한 게, 입지 않는 자켓 안주머니였죠..
그런데 그놈의 돈이 뭔지...아내가 옷장 문을 열 때마다 마치 돈 다발이 툭하고 떨어질 듯하더군요.
그렇게 마음 졸이던 가운데..아내가 연휴 전날 밤..한숨을 푹푹 내 쉬더군요.
보너스가 나왔음에도 챙길 곳은 많고 빠듯하다는...하소연이 이어졌는데..그걸 듣고 있자니..
돈을 어디다 숨길까 고민하던 제 모습이 한심스럽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결국은 실토하고, 백 만원을 고스란히 아내에게 넘겼습니다.
헌데...순간, 아내의 입 꼬리가 금새 올라가며 헤헤거리는데..
아무래도 결혼생활 15년에, 눈치 100단이 된 아내의 작전에 말려든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살짝 들더군요.
하지만 아무려면 어떻겠습니까? 제 가슴을 무겁게 누르던 돌덩이를 걷어내고,
이번 명절..양가 부모님께도 두둑이 용돈 드릴 수 있었으니..그걸로 만족하면 됐죠..
제가 언제부터 이렇게 돈 백만원에 벌벌 떠는 남자가 돼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기분은 좋네요...그럼 됐죠?
정읍시 연지동 박종훈씨
감사합니다.